[르포]굳게 닫힌 `개성`....239일의 지옥에 갇힌 입주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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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개성공단에 원자재를 나르던 3.5톤 트럭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방치상태다.

“개성공단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대출을 받아 입주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26억원을 투자했지만 인수 1년 만에 개성공단이 폐쇄,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국가에서는 4억원만 지원받았습니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정한실업 컨테이너 가건물에는 8개월째 정적만이 감돈다. 윤석분 정한실업 대표는 개성공단이 폐쇄로 `생지옥`에 살고 있다. 수개월째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업 운영이 막막하다.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 후 8개월이 지난 지금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풍비박산 직전이다.

윤 대표에게 돌아온 정부 지원금은 4억원 남짓했다. 윤 대표는 대금 납부 지연으로 협력업체와의 줄소송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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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실업 물류창고에 최근 베트남에서 주문한 옷들이 쌓여있다.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판매용으로 해외공장에 발주를 넣었지만, 가격경쟁력은 개성공단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20여년 동안 의류제조 사업을 했다”면서 “개성공단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원단을 나르던 트럭 바퀴에 거미줄만 무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한실업 컨테이너 가건물에는 사장 부부를 포함해 4명이 근무하고 있다. 9명이던 직원도 모두 떠나고 2명만 남은 것이다.

윤 대표는 개성공단 생산시설 인수를 위해 부동산 담보를 포함 약 20억원을 빌렸다. 개성공단 내 생산시설을 인수, 설비기기만 450대를 새로 설치했다. 공장 근로자만 3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입 0원, 인수 대출금 20억원만 남았다.

인수 대출금에 더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빌린 운영자금 7억원까지 빚으로 남았다. 이자로만 매달 수백만원이 빠져나간다.

윤 대표는 “(주거래 은행 간 양수·양도 과정에서 공단 폐쇄로)남북경협보험 가입을 못했다”면서 “인수한 공장의 장부상 가치가 10억원으로 책정돼 장부가 45%인 4억원만 보장받았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도중에 지방법원으로부터 협력업체 채무독촉장이 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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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기업 만선도 기업 활동이 사실상 멈췄다. 개성공단 공장에 종업원 1200명이나 근무하던 제법 큰 규모의 회사였다.

성현상 만선 대표는 239일째 `지옥`에서 살고 있다. 개성공단 공장과 동선을 줄이기 위해 올해 초 서울에서 고양시로 사옥을 옮겼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헛된 꿈이 됐다.

성 대표는 “사무실 직원 30여명이 공단 폐쇄 후 7명으로 줄었다”면서 “매달 대출이자만 1500만원”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본 기업가들은 정부 지원금으로는 피해금액을 충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설정한 금액 한도가 낮아 큰 돈을 투자한 기업일수록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 보상 기준은 유동자산은 22억원(정부확인피해금액 70%), 고정자산은 남북경협보험 가입기업에 한해 90%인 70억원 한도에서 책정됐다. 남북경협보험 미가입 기업은 고정자산 가치 45%(35억원) 한도에서 보험금이 지급된다. 남북경협보험금은 공장이 재가동되면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돈이다.

성 대표는 “정부는 직접 확인한 피해금액 7779억원에 약 60%에 불과한 4800억여원만 지원했다”면서 “정부 실태 조사로 파악된 피해금액만이라도 전액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금전 피해 외에도 협력업체와의 분쟁 등 이중고에 시달린다.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입주기업-협력업체 간 법정 분쟁까지 이어진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 기업 48개사가 101건(소송가액 64억5000만원)의 송사에 휘말렸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지원금 지급, 행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원론 입장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이달 4일 기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금 89%(약 5000억원)이상이 집행됐고, 대다수 기업이 폐쇄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밝힌 지급 지원금은 총 4523억원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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