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도하는 현재 산업 구조조정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환위기 수준에 준하는 현 거시경제 상황에서 핵심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 이해 관계를 배제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대안으로 나왔다.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프롬(FROM)100` 창립 기념 콘퍼런스에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프롬100은 경제, 과학, 기술 등 분야를 망라해 한국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중견 학자 중심 민간 싱크탱크다.
성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민간 주도 구조조정인데, 우리나라는 회사가 완전히 망하고 산업이 무너질 때까지 가다가 정부가 개입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라며 “문제는 거시경제가 안 좋을 때 자산 가격이 워낙 떨어져 (구조조정 기업의) 핵심 자산을 매각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현재 우리나라 거시경제 상황이 사실상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성 교수는 현재 “회사 수익이나 실업자 증가 등을 본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매우 유사해 거시경제 구조조정 상황이 됐다”며 “다만 외환위기 같은 극적인 상황이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로 인해 외환위기 때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아자동차는 1997년 10월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1996년에 이미 망가졌다”며 “당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인 국민회사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이 미뤄졌는데, 지금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경제 원칙에 입각한 전문가 집단 결정과 정책당국의 신속한 집행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미국 자동차 회사 지엠(GM)은 2009년 미국 행정부가 컨트롤타워로 나서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회생 가능한 부분`과 `회생 어려운 부분`으로 구분한 전문가 식견이 바탕이다. 성 교수는 그 결과 GM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정치논리가 점화될 상황에 앞서 경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밀리다가 다 쓰러졌다”며 “구조조정 문제는 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그런 문제 때문에 위기 전이 가능성도 높다. 경제 원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