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벗어나는 글로벌 ICT 기업, `감시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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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세금 회피, 불공정 거래를 정부가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감시·제재 강화를 위한 법 정비부터 시간만 보내고 있다. 대형 로펌을 동원한 글로벌 ICT 기업과 싸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담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감시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유한회사 외부 감사를 의무화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지 2년이 다됐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법제처 심사까지 올라갔지만 최종 단계인 국회통과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ICT 기업의 탈법을 막으려면 유한회사 외부 감사 의무화가 필요하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주요 ICT 기업은 국내에서 유한회사로 활동하는 데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와 경영실적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금융위는 유한회사 외부 감사 의무화, 감사 결과 공시 의무화를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공시는 과잉규제”라는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안에서 감사 결과 공개 의무는 삭제했다. 법 개정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한회사에 외부 감사 의무를 부여하지만 감사 결과 공시 의무는 없는 내용의 개정안을 법제처가 심사 중”이라며 “10월 중순께 국회 상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별도로 기획재정부는 다국적기업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BEPS 프로젝트`(일명 구글세)를 작년부터 추진 중이지만 진행이 더디다. 기재부는 사업 추진 첫 단계로 다국적기업이 BEPS 관련 보고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최근 세법 개정에 나섰다. 이들 기업에 제대로 세금을 물리려면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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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CT 기업의 시장 지배력, 특허권 남용이 계속되지만 이를 감시·제재할 정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정위는 복잡·다양해진 ICT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해 전담팀(TF)을 구성했다. TF에는 10명이 소속됐지만 이 가운데 전담 인력은 3명뿐이다. 그나마 올해 초 1명이 추가된 숫자다.

공정위는 지난해 TF를 확대·상설화한 `지식재산권심사과`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설립이 무산됐고 올해는 행정자치부에 신설을 건의하지 못 했다. TF 구성 후 처음 착수한 오라클의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마저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나며 지재권심사과 신설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우리 ICT 기업들은 정부의 감시·제재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근거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조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ICT 기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전문 인력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은 한국에서 법적 문제가 불거지면 국내외 유수 로펌을 대거 동원해 대응에 나선다”며 “특히 ICT 사건은 워낙 어렵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정위가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면 제재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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