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 차기 아이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1차 공급사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정돼 전체 물량의 약 70~8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향후 판도 변화의 여지가 있는 것을 감안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질적인 공급사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밖에 없어 굳이 계약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 플렉시블 OLED 공급 계약과 관련, 구체적인 계약 조건, 투자비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애플에 공급할 패널 생산라인 준비를 시작해 최대한 가동시기를 앞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애플과 공급 계약을 앞두고 LG디스플레이가 가장 고심하는 것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다.
LCD와 달리 플렉시블 OLED 시장은 실질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외에 기술과 경험을 갖춘 곳이 없다.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공급사가 한정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차 공급사로 선정됐지만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계약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이유다.
오랫동안 애플의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협력사로 일한 만큼 기존 관계의 단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양사 모두 서로의 사업 스타일을 잘 아는 만큼 불확실한 점을 명확히 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극대화해 장기적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격차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을 양산한지 10년이 되갈 정도로 오랜 생산 경험을 축적했다. 삼성은 현재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의 약 95%를 점유한 만큼 기술 수준도 높다. OLED를 탑재한 초기 아이폰용 물량 전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차 공급사 지위가 유력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판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열쇠는 기술력에 달렸다. 사용처가 같은 패널이라도 경쟁사와 기술 방식이 다른 만큼 더 나은 성능과 기술을 애플에 제안해야 하는 게 숙제다.
현재 애플용 패널 생산이 유력한 곳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E6 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E6에 1조999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E6에서는 6세대(1500×1850㎜) 규격 플렉시블 OLED 월 1만5000장을 생산할 수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애플 요구에 맞춰 일본 캐논도키의 OLED 유기물 증착장비를 투입한다. 투자를 먼저 시작한 경북 구미 E5 라인에는 국내 선익시스템의 증착 장비를 도입해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월 10만5000장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월 1만5000장 규모로 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연내 정식 계약을 맺으면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LG전자 G플렉스용 OLED 패널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최근 화웨이, 샤오미와도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고객군을 넓혔지만 아직 삼성디스플레이만큼 다양한 스마트폰 고객사를 갖추진 못했다.
시장에서는 E5 라인에서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을 제외한 외부 고객사에 공급할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것으로 봤다. 증착장비가 다른데다 패널을 제작하는 기술 방식도 E6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 7월 1조500억원을 투자해 E5를 조성했다. 올해 3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월 7500장 플렉시블 OLED 생산 체계를 갖췄다.
시장 예상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E5에서도 애플용 패널 양산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방식과 다르지만 국산 증착장비와 LG디스플레이 고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애플 규격을 만족시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연말 E5 생산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면 추가 라인 적용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애플이 제시한 규격과 다르지만 새로운 사례를 만들 수 있어 내부적으로 조심스러우면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E5 라인에서 생산한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며 “E6 라인 제품만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