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제대로 보자]〈3〉세계 최고 통신인프라, 투자 수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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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속적이고 선제적 투자로 세계 최고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통신품질 역시 세계 최고다. 측정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통신품질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유럽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투자를 지속하지 않으면 통신품질은 악화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우리나라 롱텀에벌루션(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2015년 3분기 기준)는 29Mbps로, 30Mbps를 기록한 루마니아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다. 일본(14Mbps), 미국(10Mbps), 독일(13Mbps), 영국(13Mbps), 프랑스(17Mbps), 네덜란드(19Mbps), 스페인(21Mbps) 등 비교도 안 된다. 덴마크(25Mbps), 헝가리(24Mbps) 정도가 비교대상이다.

미래창조과학부 `2015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우리나라 LTE 다운로드 속도는 117.5Mbps로 북미(40Mbps), 아시아(33.7Mbps), 유럽(30.5Mbps)을 압도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근접한 스톡홀름이 48.16Mbps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3세대(3G)와 LTE 모두 전국 커버리지 100%를 달성했다.

이같은 우수한 품질은 막대한 통신사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신3사는 연평균 7조원이 넘는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한다. 지난해와 올해 주춤하기는 했지만 LTE 투자경쟁이 치열하던 2012년에는 8조2480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또 한 번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각국 1위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메릴린치 조사에서 매출 대비 투자액 비중 16.5%로, OECD 24개국 가운데 12위를 차지했다. LTE 투자가 마무리 단계인데도 이처럼 순위가 높다.

통신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유럽이다. 한때 세계를 선도하던 유럽 통신산업은 시장 축소에 따른 투자 감소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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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MA에 따르면 유럽 이동통신 시장 규모는 2008년 1995억유로에서 2012년 1875억유로까지 줄었다. 2013년에는 1600억유로가 무너졌고 지난해에는 1500억유로 선에 그쳤다. 7년 연속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2008~2012년 기간 북미는 1685억유로에서 2256억유로, 아시아는 1506억유로에서 1839억유로로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통신업계는 유럽 통신시장 축소 원인으로 과도한 경쟁과 규제를 꼽는다. 유럽에는 140여개 통신사업자가 난립한다. 국가별 평균 4개 기간통신사업자와 수십 개 알뜰폰(MVNO) 사업자가 경쟁한다. 저가 출혈경쟁이 이어지며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MVNO가 득세하면서 기간통신사업자는 투자유인을 잃었다.

더욱이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도매요금 인하 정책을 폈다. MVNO가 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를 크게 낮춘 것이다. 유럽연합(EU) 평균 이동전화 접속료는 2006년 분당 0.114유로에서 0.0357유로로 68.7% 하락했다.

GSMA는 이를 `뒤집어진 U커브`로 설명했다. 적절한 경쟁이 이어질 때는 투자가 촉진되지만, 경쟁한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투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률이 하락하자 통신사업자는 설비투자를 줄였다. 유럽 이동통신 연간 투자비는 2008년 296억유로에서 2012년 276억유로로 줄었다. 북미는 같은 기간 213억유로에서 294억유로로 대폭 증가했다. 투자감소는 통신품질 하락으로, 이용자 후생 저하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LTE 보급률이 73%를 넘은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가장 보급률이 높은 스웨덴조차 40%(2014년 기준)를 기록했을 뿐이다. 영국(23%), 프랑스(17%), 스페인(13%), 독일(11%) 등 서유럽 전역이 14%에 그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별 LTE 다운로드 속도 비교

미래부 `2015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통신비, 제대로 보자]〈3〉세계 최고 통신인프라, 투자 수반돼야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