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은 바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 ICT를 접목해 경쟁력을 혁신하는 것이 근간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산업 체계에 ICT를 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에너지 기업인 한국전력(KEPCO)도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에너지 신산업 현장도 국내와 해외를 망라한다. 이 같은 노력은 지구 반대편 캐나다의 작은 마을 페네탱귀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북부에 위치한 페네탱귀신시는 인구 1만명 규모 소도시다. 이 지역이 한전 에너지 신산업 전진기지로 주목받은 것은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실증단지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2014년 현지 배전업체 파워스트림사와 협력, 이 지역에 배전급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2년여간 설치 작업을 마치고 최근 상용운전을 시작했다.
페네탱귀신에 구축된 마이크로그리드는 한전 전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과 500㎾h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자동화 개폐기 등을 포함한다. ESS 등 국산 기자재는 영하 40도와 영상 40도를 오가는 현지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신뢰성을 갖췄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분산 전원과 저장장치, 다양한 전력 부하 등으로 구성돼 전력회사와 독립적이거나 연계해 운영되는 통합 에너지 시스템이다.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해 다양한 ICT거 함께 적용된다.
페네탱귀신 지역이 한전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한 것은 현지의 열악한 전력 사정이 배경이다. 캐나다는 관할 지역이 넓고, 부하 밀도가 낮은 25㎞ 내외 장거리 선로가 많아 저전압 등 전력 공급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많다. 여기에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정전도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와 ESS 등을 이용한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구축해 전력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한전이 페네탱귀신에서 검증하는 모델은 `유틸리티 마이크로그리드`로 평상시에는 파워그리드와 연계 운전하고 비상시에는 독립적으로 운전하는 형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력 구매 비용을 낮추고 피크 저감과 전력망 신뢰도와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창용 한전 전력연구원 기획관리실장은 “페네탱귀신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배전 자동화를 포함한 북미 전력 상황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현지화하고 실증하는 것이 목표”라며 “파워스트림사와 협력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향후 북미 시장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기술력은 북미에서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페네탱귀신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로 그동안 제주 가파도, 전남 가사도 등에서 실증한 기술을 북미시장에서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존 맥클린 파워스트림 운영처장은 “글로벌 넘버원인 한전과의 사업 협력은 파워스트림에도 에너지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라며 “페네탱귀신 지역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이후 정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안정적 전기 공급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페네탱귀신은 에너지 효율, 신뢰성 향상과 함께 지역 투자 활성화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전 에너지 신산업 기술이 지역 성장을 돕는 조력자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한전과 파워스트림은 페네탱귀신 사례를 기반으로 북미시장 공동 진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구체적 사업추진 실행계획을 담은 공동 사업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한전의 마이크로그리드 세계화 작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와 마이크로그리드를 포함한 에너지 신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주정부와 에너지 신산업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청원 한전 해외사업개발처장은 “글로벌 넘버원 브랜드와 다양한 실증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에 종합 솔루션을 공급, 세계 1위 전력기업 위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특히 ESS 등 신기술을 접목한 마이크로그리드 등 에너지 신사업을 앞세워 미주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에 7번 정도 송전선 고장에 의해 발생하던 페네탱귀신 지역 정전이 한전과 협력한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해져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실증 사례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한전과 협력해 북미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파워스트림사는 한전과 손을 잡게 된 것에 크게 고무됐다.
존 맥클린 파워스트림 운영처장은 “2014년 북미 최대 배전 전시회인 디스트리뷰테크(DistrubuTECH)에서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을 접하고 양사 사업 협력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라며 “배전분야 스마트그리드에 이어 마이크로그리드로 신사업을 확장하려던 파워스트림과 한전의 해외 진출 목적이 시너지를 만들며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페네탱귀신이 실증 지역으로 선정된 배경은 현지 전력 계통을 감안할 때 최적이라는 평가다.
맥클린 운영처장은 “페네탱귀신은 파워스트림이 관할하는 지역이 넓은 반면, 부하 밀도가 낮고 겨울철 혹한기에 정전 사고가 빈번한 특성이 있다”면서 “ESS를 활용해 비상 시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지 실증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지역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마이크로그리드가 갖는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 에너지 적용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을 실증할 수 있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전과 파워스트림의 협력을 통한 북미 사업 확대도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맥클린 운영처장은 “최근 파워스트림을 포함한 3개 현지 배전회사 합병으로 마이크로그리드를 포함한 에너지 신사업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내년부터 페네탱귀신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 실증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 북미 지역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화하고 국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협력업체들과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 페네탱귀신 마이크로그리드에 접목된 ESS 등 국산 기자재는 삼성SDI, 포스코ICT, 한전KDN 등이 공급해 수출 확대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에너지 신산업 투자 계획도 대폭 늘렸다. 당초 지난해 4754억원 수준으로 잡았던 중기 투자계획을 올해 6월 1조7269억원으로 4배 넘게 확대했다.
대표적 에너지 신사업은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이다. 한전은 2014년 이 시스템을 구리지사에 처음 구축했다.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은 건물 내 전력, 가스, 물 등을 ICT 기반 냉난방 운영설비와 태양광, ESS, AMI, 전기차 충전소 등과 융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으로 유지한다. 한전은 이후 100개 사옥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그리드 해외 확산 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한전은 지난해 두바이수전력청과 약 300만달러 규모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 계약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중동지역 에너지 신산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쿠웨이트, 괌, 에콰도르 등에서도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조만간 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2020년 400억달러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그리드도 핵심 신사업이다. 한전은 제주 가파도에 국내 첫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이후 전남 진도 가사도를 에너지자립섬으로 운영 중이다. 또 울릉도와 덕적도 등 규모가 큰 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국내 사업에서 확보한 실증 경험과 노하우가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ESS 보급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주요한 신산업 투자처다. 한전은 2017년까지 국내서 단계적으로 총 500MW 규모 ESS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3대 해상풍력강국 달성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인 2.5GW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실증 단계를 밟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017년까지 전국에 구축,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한전 에너지 신산업 투자 계획] (단위:억원)
(자료:한전)
페네탱귀신(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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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