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국제화를 부르고 국제화가 양극화를 부르는 순환 구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부, 기업, 가계의 3개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에 문제가 있다. 1, 2, 3, 4차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부가가치를 기업이 독식하는 것이다. 임금이나 세금의 증가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다. 연구개발(R&D)도 하고 경기가 나쁠 때를 대비해서 내부 유보도 해야겠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주주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영자가 가져가고 있다.
이익 분배에서 통상적인 방식은 주주, 직원, 사내유보로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성 증가에 누가 더 기여했느냐 하는 평가를 먼저 경영자가 하고, 그다음 대주주가 한다. 그래서 증가된 대부분의 이익이 경영자와 대주주에게 쏠려 분배되는 것이다. 주가와 수익에 의해 평가받는 경영자들은 적극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가장 흔한 것이 자동화와 인력 감축이다. 그다음에는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한 매출 증대다. 그게 국제화다.
저금리 아래에서 직원들의 임금은 매년 2~3% 오르기도 힘들다. 지금 전세금, 학원비, 식비도 많이 올랐다. 근로자 대부분은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게다가 근로자들은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조기 퇴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100세 시대를 맞이해서 노후 준비를 젊었을 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니 자칭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월급쟁이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저금리로 수요를 늘리려다가 부동산 폭등이라는 유탄을 맞고 있다. 본래 부동산이 뛰면 집 없는 서민만 죽어나게 되어 있다. 본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면 더욱더 잘살게 된다. 그래서 중산층의 삶이 점점 더 강퍅해지고, 생활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의 분노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막말하는 정치인들이 갑자기 부상하는 이유도 이런 불만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증가한 생산성 과실의 대부분을 주주와 경영자들이 가져간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대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이 졸부가 웨이터에 팁 주듯 경영자들에게 듬뿍 성과급을 챙겨 주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서 수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대주주가 챙기는 배당금에 비하면 경영자에게 주는 성과급은 땅콩 부스러기다. 이러한 분배 시스템이 근로자들이 대부분인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오고,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부르고 있다. 그래서 이 양극화가 자본의 끊임없는 탐욕과 맞물려 국제화가 가속되는 것이다.
지금은 데이터 시대고 이 데이터를 누가 더 지식화하고 지혜화하는지에 따라 양극화의 윗단, 아랫단이 결정된다. 양극화의 윗단에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독식하고 그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권력과 부를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윗단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만에 취해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위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탐욕이 높은 배당금과 높은 인센티브로 나타나고 있고,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파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에 강의할 때는 솔직히 양극화, 국제화가 무슨 뜻이지 잘 몰랐다. 디지털 시대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이때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효익에 대해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살아야 그 사회가 오래 가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지금까지 ICT가 생산 부문에서의 부가가치 증대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분배 문제에 대해 좀 더 기여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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