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차세대 대표 리더다. 1991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꾸준히 경영 수업을 받아 온 이 부회장은 2년 전에 쓰러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이끌고 있다. 그룹의 리더가 된 이후 새로운 삼성을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서 재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업부문 매각 등 외형 변화는 물론 기업문화 등 내부 변화도 주도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올라서며 경영전면에 나선다.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구조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뉴삼성이 어떤 모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점(Strength)…글로벌 감각에 실용까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감각이 탁월한 경영자로 꼽힌다. 국내에서 대학을 마친 후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풍부한 해외 경험을 쌓았다. 일찍부터 해외 주요 기업 경영진과 교류하며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고 있으며, 세계 각계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등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코닝, AT&T, 지멘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교류해 왔다.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 엑소르그룹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인수 추진도 사외이사 활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스타일을 나타내는 대표 키워드는 `실용`이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취하겠다는 자세다. 이런 실용이 그룹 경영에는 `선택과 집중`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시작하면서 삼성은 본격 사업 재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한다는 실용주의 전략은 이 부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지난 2014년 11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한화에 매각하고 지난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매각한 것이 대표 사례다. 최근에는 휴렛팩커드(HP)와 프린터사업부 매각 논의를 하고 있다.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곳에 넘긴다는 뜻이 담겼다.
그 대신 필요한 곳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고 확실하게 강화한다. 과거 모든 것을 삼성이 혼자 해낸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14년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보유한 `스마트싱스`, 2015년 초에는 핀테크 기술 확보를 위해 `루프페이`를 각각 인수했다. 스마트싱스 인수로 IoT 경쟁력이 향상됐으며, 루프페이는 삼성페이 서비스에 핵심으로 작용했다. 또 프리미엄 가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북미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했다. 자동차 부품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 부품사업 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바이오, 센서, 디지털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실용주의는 기업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발표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언`이 단편 사례다. 수직형의 딱딱한 과거 삼성식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처럼 수평형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꾸리겠다는 선언이다.
◇약점(Weakness)…리더로서의 짧은 경험
자신만의 성공 경험 부족과 리더로서의 경험이 짧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 입사한 이후 다양한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e삼성 등 일부 사업은 이 부회장이 주도해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 사례라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하다.
체계화된 경영자 수업을 받긴 했지만 이 회장이 쓰러지면서 갑작스럽게 리더가 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영자 수업을 받으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돼 그룹을 이끄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약점들은 잠재돼 있는 요소들이다. 잠재된 불안 요소가 실제로 드러날지 내부로 극복해 미리 해소할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이 부회장은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지난 2년여 동안 하락세로 접어들던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상승세로 반전시켰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가전 등 다른 사업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바이오와 핀테크 등 새로 진출한 사업 분야도 성장 기대감이 높다.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에 따른 위기 극복 과정이 리더십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단기로 볼 때 경영 능력을 입증해 가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추진하는 삼성의 사업 재편 방향이 맞아떨어지면 중장기로도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회(Opportunity)…바이오, 핀테크 등 신사업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업 재편은 기회이자 위기다.
기회 측면을 살펴보면 사업 재편을 통해 기존에 삼성이 하지 않던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삼성이 잘하던 전자 관련 산업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바이오, 핀테크, 자동차 부품 사업 등 삼성이 이전에 하지 않았거나 영향력이 약한 분야를 집중 키우고 있다. 불과 2년여 만에 이들 사업을 보는 외부 시각이 달라졌다.
삼성은 일찍부터 바이오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 부회장으로 넘어오면서 한층 강력한 사업 의지를 담았다. 단면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대 및 2대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지에 힘입어 제2, 제3공장을 잇달아 건설하는 등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2025년까지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페이를 앞세운 핀테크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기대된다. 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누적 결제 금액 2조원을 돌파했다. 한국, 미국, 중국, 스페인,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등 세계 7개 국가에 출시돼 통합 1억건의 거래 건수를 달성했다. 삼성페이는 글로벌 협력 은행과 카드사를 확대하고 있어 출시 국가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조직 신설 후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최근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시도를 통해 주목받는 자동차 부품 사업도 잘 살펴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강점인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면 미래 전장부품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협(Threat)…지배구조 개편, 사업 재편 과제로
경영권 승계와 상속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이 최대 과제다. 지난 2년 동안 삼성그룹은 상장, 매각, 인수합병(M&A)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골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재계는 오너 지배구조가 단점도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기업을 안정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번에 대규모 손실이 수반되는 갤럭시노트7의 리콜 결정은 오너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거론되는 개편 방안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 삼성전자 인력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등이 있다. 어떤 방안이 되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열사 간 지분 정리,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매끄럽게 풀어 가는 것은 그룹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상속 문제도 부담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으면 상속세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재편을 통해 이 부회장이 납부할 상속세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삼성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만큼 시민단체 등이 사업 재편과 상속 과정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사업 측면으로는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하다. 바이오, 자동차 부품, 핀테크 등은 가능성 있는 사업이지, 아직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 아니다. 스마트폰 수익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동안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위기가 될 수 있다.
과감한 사업매각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삼성 임직원들의 소속감이 크게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 언제든 사업 경쟁력이 약해지는 순간 나도 매각 또는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삼성전자와 이를 제외한 계열사들 간 엇갈리는 실적이 문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삼성전자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계열사의 고른 실적 향상이 필요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생년월일 1968.06.23 (양력)
▲ 출신학교 및 전공
- 1987 경복고
- 1992 서울대 동양사학 학사
- 1995 일본 게이오의숙 대학원 경영관리연구 석사
- 1997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DBA.(경영학박사) 과정
▲ 경력
- 1991.12 -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 2001.03 - 2003.01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 2003.01 - 2007.01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 2007.01 - 2008.04 삼성전자 전무(CCO : Chief Customer Officer)
- 2008.04 - 2009.12 삼성전자 전무
- 2010.01 - 2010.12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COO)
- 2010.12 - 2012.12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COO)
- 2012.12 - 현 삼성전자 부회장
- 2015.05 - 현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
▲ 글로벌 경영활동
- 중국 보아오포럼 이사
-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