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CL 동맹] 반도체도 10년 뒤 LCD처럼 따라잡힐라

삼성과 중국 TCL의 사업 협력을 바라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10년 뒤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투자는 이제 끝이 났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이미 LCD 생산량은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었다. 기술력으로 상징되는 기판 크기에서도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BOE는 2002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하이디스(당시 LCD사업부)를 인수하며 LCD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인 기술자도 대거 중국으로 건너갔다. 한 관계자는 “TCL 사옥 한 층에 근무하는 사람 모두가 한국인일 정도로 많은 디스플레이 전문가가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LCD 다음으로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반도체 분야에 밀어 주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와 주요 업체는 이 자금으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분야로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당장은 기술 격차가 많이 나겠지만 5년 뒤에는 추격의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회로 선폭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다면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직장을 잃은 반도체 엔지니어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을 길이 없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잘한 건 높을 수율로 메모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었다”면서 “이러한 한국 반도체의 특기는 앞으로 중국의 특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소자 쪽에서는 판을 뒤집는 새로운 공정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혁신 소재, 장비 분야의 경쟁력도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퇴직 엔지니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