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CL 동맹] 힘 실리는 중국 LCD 굴기…삼성은 OLED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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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삼성과 중국 TCL그룹이 11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협력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중심이 더 빠르게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8세대 LCD라인에 소니가 투자하면서 삼성 LCD 사업이 급부상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별도의 11세대 LCD 공장을 짓지 않고 TCL과 협력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10세대급 투자가 추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 경우 10세대 이상 대형 라인을 보유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폭스콘(샤프), BOE, 차이나스타가 세계 LCD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

◇중국, 한국 주춤하는 사이 공격 투자로 추격

최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저세대 노후 LCD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운용 효율이 높은 8세대 이상 라인 위주로 가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용 패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이 커졌고, 노트북·모니터·태블릿 등 중소형 패널 시장은 성장세가 미미하다. 이 때문에 효율이 가장 좋은 8세대 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체 생산라인 운영을 조율하는 흐름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활발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삼성은 LCD 사업에서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이미 중국 패널 제조사 다수가 8세대 라인을 보유했다. BOE가 10.5세대를 건설하고 있으며, 차이나스타(CSOT)도 11세대 투자를 시작했다. BOE가 10.5세대 공장을 완공하는 2018년에는 보유하고 있는 8세대 라인으로 경쟁하기 힘들어진다.

오는 2018년 중국이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계점이 보이는 LCD 사업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 OLED와 차세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에 투자를 집중하되 대형 LCD 사업은 중국과 협업, 경쟁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오는 2018년 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42% 점유율로 한국(37%)을 누르고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시장 1~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BOE, 차이나스타, 샤프 등 중국권 제조사 점유율이 상승하고 한국과 대만 점유율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BOE 점유율은 14%로 3위, 차이나스타는 5%로 6위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LCD 설비 투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이후로 국내에 LCD 투자를 하지 않았다. 각각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 생산라인을 보유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증설 투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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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 삼성전자 LCD 공장 전경 (자료=전자신문DB)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산업 중심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중국 제조사의 대형 패널 수율이 낮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이다. 10세대 이상 설비에서 양산을 시작하면 생산량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세계 TV 시장 수요가 축소·정체됐고 큰 폭의 성장 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LCD 산업 성장성에 대한 회의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국이 세계 시장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

◇사면초가 대만, `샤프 효과`로 절치부심

LCD 강국인 대만도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이미 세계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주요 중국 제조사에 순위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1분기 TV용 LCD 패널 공급사 점유율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21.0%) 삼성디스플레이(17.7%)에 이어 BOE가 16.4%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이노룩스(15.7%)가 4위로 밀리고 차이나스타가 5위(12.4%), AUO가 6위(10.8%)로 각각 나타났다. 그 뒤를 파나소닉(2.5%), 샤프(2.3%), CEC판다(1.2%)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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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용 LCD 패널 공급사별 2016년 1분기 점유율 (자료: SNE리서치)

대만은 LCD뿐만 아니라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위협에 노출됐다. 중국 패널사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만은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 대형 LCD TV 시장은 한국, 저가의 소형 LCD 시장은 중국이 각각 장악했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OLED 시장에서도 아직 확고한 영역을 찾지 못했다. 이미 시장의 95%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점했다.

대만 폭스콘이 일본 샤프를 인수한 것은 그나마 희망이 엿보인다. 샤프가 고부가가치 LCD 기술인 이그조(IGZO)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LCD 시장을 더 공략할 여지가 있다. 중소형 OLED와 프리미엄 LCD 기술을 동시에 개발, 선두 기술 과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이노룩스와 AUO는 65인치 8K LCD TV용 패널 양산 계획을 밝혔다. 4K UHD TV가 빠르게 대중화되는 만큼 8K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삼성, AMOLED에서 2등 없는 1등 노린다

10세대급 초대형 LCD 설비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우회로 내비친 삼성은 당장 중소형 OLED 사업에 집중하면서 QLED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생산 원가가 LCD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히 갖췄다. 더 낮은 원가로 더 높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데다 화질과 성능 등 면에서 차이가 월등한 만큼 `초격차` 전략으로 중소형 OLED 사업 강화에 집중한다는 포석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중국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A3 라인이 부족, 새로운 플렉시블 OLED 라인의 필요성도 커졌다. 가동 중단을 앞둔 L7 라인을 새로운 플렉시블 OLED 라인 A4(가칭)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했다. 삼성SDI에서 시작한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 경험을 10년 이상 축적한 만큼 자신감도 대단하다. 스마트폰을 넘어 모니터, 노트북, 자동차 등으로 응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소재 배합을 비롯해 OLED 장비 핵심 기술 분야를 모두 자체 보유했다”면서 “유명 제조사의 소재와 장비를 사용해도 자체 기술력 기반의 생산 노하우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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