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안전을 위해 자동차의 앞·뒷부분을 오히려 더 찌그러지게 만든다? 이 명제는 일면 모순돼 보이지만 참이다. 어떤 물체가 충돌을 했을 때 충격량은 시간에 반비례해 커진다. 즉 충돌 시간이 길면 길수록 충격이 흡수돼 오히려 충격량은 작아진다는 것.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충돌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자동차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더 잘 찌그러질 수 있는 지그재그 구조로 만들어 총 충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충격흡수 구조를 `크럼플 존`이라고 한다. 크럼플 존은 차가 부딪히는 순간 `적당한 찌그러짐`을 통해 차의 충돌 속도와 충격량을 크게 줄여준다. 완성차로 충돌시험을 한 결과 차가 1m가량 찌그러지는 동안 차량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힘은 크럼플 존에 의해 90%가량 흡수된다는 데이터도 도출된 바 있다.
하지만 탑승자 안전케이지는 앞쪽 크럼플 존과 뒤쪽 크럼플 존 사이에 있는 튼튼한 강철 구조로 되어 있다. 사람의 인체로 치면 뼈대라 불릴 수 있다. 심한 충돌이나 전복에도 원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게끔 설계된 안전케이지는 차 모양이 변할 때 탑승자가 찌그러지는 부위에 갇히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크럼플 존과는 달리 훨씬 강도가 센 구조물로 설계되는데 충돌 시 발생하는 충돌에너지는 안전케이지 뼈대를 통해 탑승자를 비껴가게끔 설계된다.
위와 같이 자동차는 크럼플 존과 안전케이지를 통해 충격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질량이 워낙 크고 속도가 빨라, 갑작스런 충돌로 인한 관성력은 여전히 탑승자의 생명을 노릴 만큼 위협적이다. 때문에 자동차 설계자들은 탑승객 안전을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 다양한 옵션 장치를 자동차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어백. 에어백은 충돌 시 빠르게 부풀어 공기주머니를 형성함으로써 승객을 보호한다. 에어백 감지기에 급격한 감속이 포착되면 순식간에 에어백이 팽창하며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 간혹 충돌사고 후 에어백 쿠션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 과정은 `수십 m/sec(1000초 분의 1)` 내에 일어나므로 불가능한 얘기다.
안전벨트는 충돌사고 때 생존확률을 60~70%나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안전벨트의 주 기능은 관성력으로 인해 탑승자가 앞 유리창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충격의 힘을 몸의 더 넓은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부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충격량을 줄이고 탑승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장치 외에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들도 많이 개발돼 있다. 특히 졸음운전 등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는 것을 센서가 감지해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이나, 주행 중 앞차와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혀졌다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적용되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등이 장착된 차량은 그렇지 않은 차량들에 비해 사고건수가 현저히 줄어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