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업의 변화, 그리고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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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최근 두 번의 인상 깊은 만남이 있었다. 세상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이 두 만남을 통해 실감했다.

메이커스는 문화콘텐츠 기획 스타트업이다. 우상범 메이커스 대표는 술 취한 가수의 뒷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사실에 주목했다. 우 대표는 이후 딩고(Dingo)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딩고의 하루 동영상 노출 횟수는 3억회에 이른다. 딩고는 현재 직원 수 150여명, 800억원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우 대표는 “동영상에 달린 댓글 수천개를 읽어 보면 해당 상품의 시장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플러스글로벌도 코오롱을 통해 `트레져헌터스`라는 MCN(Multi Channel Network)에 간접 투자한 경험이 있어 개인으로 메이커스와 같은 모델이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우 대표가 강조하는 메이커스 비전과 성과는 인상 깊고 놀라웠다.

또 다른 인물은 최재봉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그의 발표를 듣고 `모바일 혁명`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최 교수는 “15억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이들)를 중심으로 삶의 방식, 상품 구매 행태, 행동 양식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은 시장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미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비 제조 기반 회사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전통의 강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네이버 시가 총액이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비즈니스 흐름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중국 바이두 최고 검색어는 `빅뱅`이었다고 한다. 빅뱅은 지난해 저스틴 비버 다음으로 많은 590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입생로랑 립스틱의 중국 내 판매량은 월 3000개밖에 안됐다. 그런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된 이후 석 달 만에 3억개가 팔려 나갔다. 전지현이 드라마에서 이 립스틱을 쓴 덕이다. 입생로랑은 바이두의 검색 추이를 보고 립스틱을 미리 생산해 둔 덕에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혁명 변화를 놓고 세간에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주제도 4차 산업혁명이었다. 빅데이터, 고속 컴퓨팅,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5G 통신, 자율주행 등 이 모든 것이 결합돼 증폭되면 지금보다 더 큰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하루 빨리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모방을 통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성장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조선업이 무너지는 게 신호다. 제2, 제3 조선업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전통의 제조업, 유통산업 위기는 앞으로 더 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 미래는 정부와 대기업이 아닌 창의성 넘치는 스타트업에서 찾아야 한다.

게임 룰이 바뀌면 바뀐 룰을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축구장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을 열심히 쓴다고 해서 혁명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과 사고의 방식, 궁극으로는 철학이 바뀌어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bruce@surplus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