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를 그리는 공상과학(SF) 영화 속 통신기술로 3차원 영상이 자주 채택된다. 기판 위로 뿜어져 나온 빛이 만들어낸 사람 형상과 교신하는 형태다.
1977년 처음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비교적 최신 영화인 아이언맨 속 장면에도 등장하는 미래 통신기술 전형이다. 하지만 기판에서 나온 빛이 허공에 상을 맺는 기술은 현대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빛은 중간에 꺾이지 않고 직진하는 까닭이다.
강훈종 전자부품연구원(KETI) 디지털홀로그래피연구팀장은 “빛을 산란시키는 매질 없이 허공에 상이 맺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홀로그램이란 빛이 갖는 파동적 속성인 간섭과 회절을 이용해 만든 화면”이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에서 국내외 유명 가수가 배경 없이 몸을 움직이는 영상을 이른바 `홀로그램 공연`이라 한다. 강 팀장은 “트릭 아트 중 하나인 유사 홀로그램(pseudo hologram)”이라면서 “빛의 간섭과 회절을 이용하지 않기에 엄밀한 의미의 홀로그램은 아니다”라고 했다.
홀로그램 공연에는 비교적 이해가 쉬운 빛의 성질인 반사가 이용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거울이 대표적인 빛 반사 제품이다.
반투과(half mirror) 물질로 만든 판이 홀로그램 공연에 사용된다. 배경을 제외한 공연 영상을 반투과 판에 반사시키기만 하면 그대로 홀로그램 공연 영상이 된다.
원리가 간단하므로 작은 크기로 손쉽게 구현가능하다. 휴대전화와 아크릴판으로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홀로그램 비디오`를 검색하면 4면으로 분할돼 재생되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아크릴판 4개로 각각의 영상을 4면에 세우면 허공에 3차원 영상이 뜬 것처럼 보인다.
강 팀장은 “유사 홀로그램이 공연, 광고판 등 디스플레이 산업에 활용됐지만 홀로그래피가 가진 응용력은 더 넓다”면서 “디스플레이, 보안, 의료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융·복합이 가능한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홀로그래피는 1947년 헝가리계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처음 고안했다. 그는 홀로그래피 연구로 197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전자현미경 해상도를 높이는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의외의 결과였다.
홀로그램(hologram)은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holo)와 그림이나 정보를 뜻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다. 2차원의 부분 정보가 아닌 3차원으로 빛 정보 전체를 다룬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우리나라는 국내 지폐에 위조 방지를 목적으로 부착되는 홀로그램띠를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프린터, 현미경, 콘텐츠 산업 등에 적용한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고 했다.
홀로그램의 기초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동일한 빛을 빔 스플리터(beam splitter)로 투과시켜 두 개로 가른다. 두 개로 나뉜 빛 중 하나는 대상 물체에 쏘여 난반사시킨다. 난반사한 빛과 그렇지 않은 빛이 하나의 평면에 모여 간섭한 결과가 홀로그램이다.
한데 모인 빛은 간섭한다. 간섭이란 파동이 동일 위상에서 진폭이 증폭하거나 감쇄하는 현상을 말한다. 간섭한 패턴은 픽셀 크기가 수백나노미터다. 픽셀 크기가 작아서 다량의 빛 정보를 함유한다.
빛이 한데 모이기 전 빛의 이동은 회절로 설명된다. 회절은 빛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간섭과 회절은 빛이 갖는 파동적 특성에 기인한다.
강 팀장은 “레이저 프린터에는 광기술인 레이저가 일부 쓰였지만 잉크젯 프린터를 빠르게 대체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면서 “태양광,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빛 정보를 활용한 미래 산업에 홀로그램이 제반 기술로 쓰일 여지가 크다”고 했다.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은 2012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선정한 `10대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로 꼽혔다. KISTEP은 미래 사회에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 10가지를 선정해 매년 발표한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