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3-流]로봇 산업, 이제는 상용화에 힘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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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휴보.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로봇 경진대회인 미국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KAIST의 `휴보`가 우승하자 새삼 국내 로봇 기술력이 화제가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높은 수준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하지만 세계 로봇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기술력에 비해 상용화 시도가 적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산업에서 지분을 높이려면 적극적인 상용화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산업, 기술은 OK···상용화 노력 필요

우리나라는 2008년 3월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을 제정해 로봇 산업이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에는 로봇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로봇 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2300억원 규모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로봇산업클러스터 준공으로 로봇 산업 투자가 궤도에 안착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로봇 투자를 늦게 시작했음에도 기술력이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로봇 기술 수준은 세계 4위권으로 평가된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2013 산업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을 100으로 볼 때 81.1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일본이 96.9, 유럽이 93.2로 바짝 뒤를 쫓았다. 중국은 68.4였다.

이처럼 기술력이 나쁘지 않은데도 국내 로봇 산업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14년 국내 로봇 산업 규모(생산액 기준)는 2조6000억원으로, 18조원 수준인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했다.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기술력에 비하면 충분히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상용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배운다

일본은 100년 넘은 로봇 기업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로봇 강국이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미국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일본이 자국 로봇 기술력에 큰 실망을 한 계기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리히터 규모 9.0 강진이 발생해 수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복구하는 데 로봇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는 2014년부터 대대적인 로봇 상용화에 나선다.

`일본재흥전략 개정 2014`에 로봇산업을 포함하고 총리실 산하에 `로봇혁명실현회의`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다섯 차례 격론을 거친 끝에 지난해 1월 일본 로봇산업 전략의 핵심이 담긴 `로봇 신 전략`을 내놨다.

로봇 신 전략은 제조·서비스·간호·의료·인프라·재해·건설·농림수산업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로봇 도입을 촉진하기로 하고 이를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제산업성에 로봇정책실을 설치하고 올해만 약 3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예산이 83%나 늘었다.

일본로봇공업회(JARA)는 지난해에만 236억원을 투입해 `로봇도입실증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로봇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로봇을 신규 도입할 때 경제효과 분석, 설비 도입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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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능경기대회 서울 대표를 선발하는 `제51회 서울기능경기대회`가 4월 6일 서울공고 등 7개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모바일로보틱스` 부문에 응시한 참가자가 대회에 앞서 미션 수행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부·기업 적극 투자로 `로봇강국` 노릴 때

로봇 업계에서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본격 성장 궤도에 진입한 만큼 지금이라도 적극적 상용기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어떤 규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상용화 투자가 없어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이라면서 “세계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실용기술 투자에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로봇 산업 진출도 필요하다. 2014년 현재 국내 로봇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은 모두 499곳으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466개사로 93.4%에 달한다.

한화테크윈이 2014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고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이 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극 투자에는 나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비스용 로봇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2014년 기준 세계 로봇 시장은 제조업용 107억달러, 서비스용 59억달러로 제조업용이 64.3%를 차지한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조업용 로봇이 우위를 보인다.

서비스용 로봇은 장래가 유망하다. 성장속도가 빠를 전망이다.

월드 로보틱스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분야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400억달러(44조원)가 넘는 세계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3500만개의 서비스 로봇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소용 로봇 등 가정용 로봇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내 로봇 시장 현황(단위: 억원)>

국내 로봇 시장 현황(단위: 억원)

<세계 로봇 시장 현황(단위 : 백만달러)>

세계 로봇 시장 현황(단위 : 백만달러)

<로봇 기술별 격차 현황>

로봇 기술별 격차 현황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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