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4주년 특집1-新]ICT 접목한 러브 테크, `성` 혁명 일으킨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통신혁명이 완벽하게 결합하면, 육체적 상대가 없어도 미래 인류는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성 심리 치료학자인 로라 베르만 노스웨스턴 의대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전한 말이다. 그는 영화 `그녀(Her)` 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공상 과학기술이 15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조만간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섹스로봇`까지 출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hoto Image
영화`그녀(Her)` 포스터

하드웨어(HW) 기반이던 `러브 테크`가 첨단 ICT를 만나면서 재탄생했다.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기대했던 AI와 VR는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영역에서도 혁명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느낌으로 흉내만 냈던 기존 성인용품은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상대방과 성 관계를 맺는 것과 흡사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성 관계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재정립해야 할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

알파고가 촉발한 AI 돌풍은 올 한해 가장 뜨거운 산업 이슈로 부상했다. 제조, 통신, 금융, 의료 등 전 영역에서 적용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공부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인간이 기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목표가 된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는 정신적·육체적 `사랑`까지 확대된다. 기계에게 비논리적인 욕구까지 충족하려 한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인간이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 컴퓨터는 감정이 아닌 경험을 기반으로 사랑한다. 즉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이제껏 600여 명과 사랑에 빠지면서 축적한 경험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다.

AI와 함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VR도 현대 `성 혁명`의 한 축이다. 가상공간, 인물, 상황을 설정해 육체적 쾌락을 충족하는 것은 이미 상당부분 상용화됐다. 구글에서 2014년과 비교해 올해 4월까지 VR 성인 콘텐츠를 검색한 비율이 9900%나 증가했을 정도로 일반인 관심도 커졌다. 7월 일본 도쿄에서는 VR 포르노 축제까지 열렸다. 참가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와 연계된 각종 성인용품을 체험했다. 당초 주최 측은 오후 7시까지 개장하려고 했지만 밀려드는 참가자 때문에 조기 폐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VR를 이용한 성인 콘텐츠는 영상과 게임으로 나뉜다. VR 성인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와 달리 시선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촬영자가 찍은 시선이 아닌 내가 원하는 시선으로 가상현실 속 인물을 본다는 게 매력적이다.

하루 방문자만 60만명이 넘는 최대 성인사이트 `포르노허브`는 최근 올 초 `가상현실 포르노` 코너를 신설했다. 미국 최대 성인영화 제작업체인 `노티 아메리카`는 올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6`에서 가상현실 포르노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성인 VR 콘텐츠 시장은 태동기다. 올 초부터 자몽 등 중소벤처가 성인 콘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최초로 유료 콘텐츠 서비스에 성인 VR 영상을 제공했다. VR 시장 선점을 위한 `킬러 콘텐츠`로써 성인물이 각광받으면서 관련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성인 콘텐츠에 비해 성인 VR 게임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HW, SW적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남성용 성인용품과 AI 게임을 결합한 EOS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성인 VR 페스타 01`에서도 VR 성인게임을 체험하려는 참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Photo Image
오프라인 사업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연계하는 O2O 시장이 활짝 열렸다. 서울 역삼동 에이치 에비뉴 호텔을 찾은 고객이 숙박 앱 `야놀자`를 실행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국내에서 활발히 활용되는 러브 테크로는 숙박 O2O 서비스 영역을 들 수 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은 부끄럽게만 여기던 모텔이란 장소를 양지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용자와 숙박업소를 연계하는 동시에 다양한 이벤트로 모텔에 대한 불건전한 인식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모텔을 넘어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했다. 지도, 결제, 객실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추가해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성인용품 업계 관계자는 “AI, VR, O2O 등 최신 ICT와 이를 접목한 서비스는 가장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 성인시장”이라며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가장 최신 기술로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민첩하고 현장밀착형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