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논란의 자궁경부암 백신, 맞아도 될까?

정부는 올해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총 2회 접종으로 가까운 보건소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을 방문하면 된다.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안전성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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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은 지난 2009년 암을 예방하는 최초의 백신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 판매됐다. 정확히 말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감염을 예방하는 주사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190여종 이상으로 생식기 감염에 관여하는 것은 대략 40종, 그중에서도 자궁경부암과 관련된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15종이다. 감염은 성관계를 통해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감염은 2년 내 자연 치유되지만 15개 중 일부는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생식기를 감염시키면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현재 시판 중인 백신은 GSK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이다. 서바릭스는 15개 바이러스 중 자궁경부암 원인 70%를 차지하는 16형과 18형을 예방하는 2가 백신이고 MSD의 가다실은 16형과 18형에 6형과 11형을 더한 4가 백신이다. 가다실을 개발한 MSD는 최근에 기존 가다실에 31, 33, 45, 52, 58형 5가지를 추가한 가다실 9를 출시하며 자궁경부암 예방률을 90%까지 높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백신이 예방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16형과 18형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외음부암의 40~50%, 질암의 70%를 유발하고 6형과 11형은 생식기 사마귀의 90%, 저등도 자궁경피 상피내종양의 10%,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증(RRP)의 원인으로 제약사는 다른 생식기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백신의 효과도 입증됐다. MSD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평균 2.2년 뒤 효능은 90.5%로 나타났으며 첫 백신을 접종하고 4년 뒤 실시한 검사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 6형, 11형, 16형, 18형에 대한 항체 양성률이 각각 91.5%, 92.0%, 97.4%, 47.9%로 나왔다고 밝혔다.

서바릭스도 15~55세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이 완료된 시점에서 48개월 후 실시한 혈청 항체 검사에서 16형은 100%, 18형은 99.4%로 관찰됐다고 전했다. 6년 뒤 실시한 항체 역가 검사에도 자연 감염 때 관찰되는 항체 생성률에 비해 백신을 맞았을 때 16형은 9.3~45.1배, 18형은 4.3~19.4배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2013년 6월 일본에서는 12~16세 여학생들에게 무료로 접종하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사업을 중단했다. 부작용 보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무료 접종이 시작된 지 2달 만이었다.

한 달 새 338만명 초·중·고교생들이 접종 받았는데 당시 2584명이 부작용을 호소했고, 이 중 186명은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은 다양했다. 한 여학생은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호소했고, 또 다른 학생은 휠체어를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 중 63명은 지난 7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온몸에 통증과 마비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켰다며 정부와 제약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4개 지방재판소에 제소했다.

유럽에서도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유럽의약청(EMA)은 산하의 약물감시 및 위험도 평가위원회(PRAC)에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사용하는 가다실과 서바릭스, 가다실9의 부작용으로 보고된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인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와 기립성 빈맥증후군(POTS)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백신 부작용 사례로 해당 질병이 계속해서 보고됐기 때문이다. 통증증후군은 감각과 운동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피부와 뼈에 고통을 일으키는 병이다. 기립성 빈맥증후군은 비정상적인 심장박동과 어지럼증과 가슴통증, 두통, 무기력증을 유발한다.

덴마크도 자체 조사를 통해 다양한 백신 부작용 사례를 발표했고 1300여명의 덴마크 여성들이 복합부위 통증증후군과 기립성 빈맥증후군으로 전문 병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덴마크의 프레더릭스 병원의 경우 250명의 여성이 백신 접종 2개월 내 두 질환의 증상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2015년 초 영국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됐는데, 구성원 94명 중 8명은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27명은 당일, 22명은 7일 내, 16명은 30일 내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 31일 사이 백신 부작용 보고시스템(VAERS)에 등록된 신고만 1만4822건을 넘어섰고 이 중 사망도 1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부작용 사례가 증가하면서 각 국에서는 정부와 제약회사에 대응하는 단체들도 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백신 피해자들의 소송이나 정부 보상과정을 돕기 위한 백신 피해자 협회가 만들어졌고 보건당국에 국가예방접종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도 2014년 의료진과 시민들이 정부에 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질병관리본부(CDC), 유럽의약청(EMA) 등은 현재의 부작용 사례들이 백신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백신은 안전하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역시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해 접종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큼 백신 안전성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인종양학회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권고안(2016)을 통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논문을 통해 검토해 본 결과 부작용으로 보고된 다발성 경화증을 비롯해 기타 중추신경계 탈수초성 질환, 길랑-바레 증후군과 신경계 질환, 정맥 색전혈전증, 자가 면역 질환 등의 발생과 백신의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인종양학회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과 자궁경부암 백신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전향 연구는 진행된 바 없지만 현재까지 발생한 경우를 봤을 때 백신 자체 문제가 아닌 면역 반응 중 발생한 통증으로 유도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안전성 외에도 논란거리가 많다. 효능 지속력에 대해서는 제약회사인 GSK와 MSD는 항원보강제를 이유로 최소 24년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최대 10년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백신이 나온 지 10년으로 효능 지속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접종 연령도 마찬가지다. 성관계 이전에 맞는 것이 효과가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적정 연령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인 만큼 정부와 각 기관에서는 효용성만큼 부작용도 명확하고 공개하고 장기적인 안전성 조사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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