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산업, 스마트워치 공세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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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기어S3`로 인기몰이에 나선 가운데 이같은 스마트워치 시계시장 공략으로 스위스 전통 시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시계산업 부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부패 단속 강화, 유럽 테러 확산, 값싼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중저가 제품군 중심으로 스위스 시계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위스 시계제조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수출은 111억2400만 스위스프랑(한화 12조63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가장 큰 손이었던 홍콩은 13억6400만 프랑(1조5480억원)으로 27.5%나 감소했다. 미국은 12억2900만 프랑으로 10.1%, 중국 수출은 6억9820만 프랑으로 13.5% 줄었다. 7월 수출 규모는 전달 대비 14% 줄어든 15억프랑으로 13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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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수출추이 (단위:백만 스위스 프랑)

스위스 시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장 큰 요인은 스위스 시계를 쓸어담았던 중국인의 손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공직자들이 값비싼 시계 등 사치품을 선물로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부패 척결을 위한 정책을 세우면서 중국의 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시계대신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규 고객층 확보에 실패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수출부진 영향으로 세계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위스 스와치 그룹도 실적이 부진했다. 스와치 그룹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억6300만 프랑으로 반토막이 났다. 스와치는 1980년대 저가 일본 시계가 세계를 휩쓸 때 스와치라는 브랜드로 스위스 시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중저가 스와치 제품군 외에 오메가, 블랑팡 등 럭셔리 브랜드, 티쏘 같은 중간 제품군 등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세계 시장 3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에서는 스와치 그룹의 지배구조가 새로운 시장 창출과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기업 책임 및 지속가능성 센터(CCRS)`는 스위스 시계산업이 `스위스 조합주의(Swiss corporatism)` 속에서 발전해 결국 실패한 지배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퍼러티즘에 빠진 스와치 그룹 지배구조가 해당 산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과 경쟁을 방해했다고 분석했다. 스와치가 과거 성공에 취해 앞으로 닥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돌파구가 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스위스 정부가 추진해 내년 발효하는 `스위스니스(Swiss-ness)` 법률도 시계산업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률은 스위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별로 부품, 원료의 스위스산 비율을 정하고 있다. 시계는 그동안 부품 절반이 스위스산이면 메이드 인 스위스를 인정받았으나 내년부터는 60%로 비율을 높여야 인정받는다.

FT는 “스위스 저가 시계 제품군이 더는 스마트워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며 “비슷하게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무너진 것처럼 스와치도 쓴 맛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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