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 대표 쇼핑타운 그로브몰을 찾은 지난 28일. 휴일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따가운 햇살에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연신 불어오는 미풍 때문인지 거리엔 기분 좋은 웃음이 가득했다. 농산물 유통 시장인 파머스마켓을 지나자 제이크루, 나이키 등 미국을 자랑하는 패션브랜드 매장과 잠시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싶게 만드는 인터리어의 카페와 식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걷자 미국 대표 고급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이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다. 이곳은 찾은 이유는 옷, 신발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를 보기 위해서다.
얼굴이 비치는 투명한 유리문을 열자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감쌌다. 향수, 남성의류 매장을 지나자 `TESLA`라는 문구가 보였다. 테슬라는 지난 6월 이 백화점에 매장을 열었다. 백화점 매장으로는 1호다. 매장엔 전기차 최초 SUV인 모델X와 내장재, 인터리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디자인스튜디오가 자리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먼저 온 3명의 고객이 하얀색 모델X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운전석에도 앉아보고 인테리어도 꼼꼼히 살폈다.
기다렸다가 차에 앉으니 직원이 다가와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면 이메일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곧바로 디자인, 색상, 인터리어, 할부 등 견적을 낼 수 있는 안내 메일이 도착했다. 그 자리에서 메일을 열어 봤다.
모델S는 사양에 따라 6만6000달러부터 12만2000달러, 모델X는 12만5500만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할부 기간은 60~84개월, 할부이자는 1.49%~3.2%다. 가격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배터리 용량이다. 사양에 따라 한번 충전에 210마일에서 최대 315마일을 달릴 수 있다.
이 매장은 여느 테슬라 매장처럼 직접 판매는 하지 않는다. 시승 일정을 잡고 차량 재원과 인터리어 상담만 나눌 수 있다. 구매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굳이 백화점에 매장을 차린 이유가 뭘까.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다른 테슬라 매장을 찾으니 이유가 좀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 매장도 패션브랜드 간판이 즐비한 거리 한 가운데 위치했다. 노드스트롬 백화점 매장과 비교하면 매장 규모는 갑절 이상이다. 모델X, 모델S는 물론이고 차량 기본 뼈대도 볼 수 있다. 테슬라 로고가 박힌 티셔츠, 후드티까지 판다.
통유리 건물에 자동차 여러 대를 전시하고 딜러와 가격을 흥정하는 장면을 테슬라 매장에선 찾을 수 없다. 온라인 구매로 정찰 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남과 다르길 원하는 젊은 큰 손들이 돈을 쓰는 공간에 매장을 차린다. 20대부터 40대 소비자가 주로 찾는 `핫 플레이스`면 더 좋다. 기존 자동차 제작사 영업방식과 비교하면 완전한 차별화다.
테슬라는 “백화점에서 명품 구두, 양복을 구매하는 젊은 고객이 바로 우리의 고객”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고급 전기차 세단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져 고가 정책도 지속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전략은 앞으로 계속된다. 미국, 캐나다에 위치한 140여개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지속 매장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세계와 손잡고 `스타필드 하남`, 신세계 강남점(센트럴시티) 등에 입점을 준비하고 있는 테슬라의 전략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