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30일 아일랜드가 애플에 130억유로(143억 달러·16조2000억원)의 불법적인 세금 감면을 해줬다며 이를 추징할 것을 결정했다.
EU 집행위는 아일랜드의 애플 감세조치가 특정기업 지원을 금지한 EU 법규를 위반한 것인지 조사를 실시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에서 역대 최대 세금 추징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EU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앞서 미국 재무부까지 나서 EU 집행위가 일부 회원국의 다국적 기업 감세 조사를 비판하고, 이에 대해 EU 집행위가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양측간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집행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아일랜드가 애플에 130억유로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부여한 것으로 결정했다. 이것은 아일랜드가 애플로 하여금 다른 기업보다 실질적으로 세금을 덜 내도록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EU 정부 지원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아일랜드는 불법지원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집행위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EU 회원국은 특정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며 “이는 EU의 정부지원 법규에선 불법”이라고 밝혔다.
EU는 그동안 일부 회원국이 다국적 기업 유럽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특정 기업 감세혜택을 부여해왔다며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한 EU 법규에 위반될 수 있다며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3년간 조사를 통해 아일랜드가 여러 해에 걸쳐 애플에 엄청난 세금혜택을 부여했고, 그 결과 지난 2003년 애플의 유럽 이윤 가운데 1%였던 세금부담률이 2014년에는 단지 0.0005%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집행위는 “아일랜드는 애플로부터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납부하지 않은 세금으로 최고 130억유로를 이자와 함께 추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EU 집행위가 세금혜택이 부당하다며 추징을 결정하면 EU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도 애플에 특혜를 부여했다는 EU 결정을 부인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일랜드 입장은 애플의 세금이 전액 제대로 납부됐으며 어떤 정부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납세자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EU 집행위 결정에 대해 EU 법원에 항소하도록 내각의 승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난 장관은 “아일랜드가 장기 투자에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내는 게 중요하다”며 “애플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아일랜드에 있어왔고 그동안 수천명의 사람들을 고용해왔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애플에 대한 EU 집행위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최근 자료에서 EU의 이 같은 조사는 국제관행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EU가 다국적 기업 감세혜택을 인정하지 않아 미납세금을 추징할 경우 미국 납세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 기업은 외국에서 세금을 낼 경우 그만큼 국내에서 감세를 받게 되는데, 다국적 기업이 외국에서 내는 세금이 많아질 경우 미국에서 면세받는 액수도 커져 미국의 세수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의 이번 결정은 애플 뿐만아니라 유럽에 진출해 있는 다른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EU와 미국간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