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국에 이어 유럽에 중대형 이차전지 생산 거점을 세운다. 유럽 이외의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 유럽 내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삼성SDI가 처음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지인 현지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미 공급 계약이 맺어진 BMW, 폭스바겐 외에 다른 유럽 완성차업체 배터리 물량도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입지가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삼성SDI(대표 조남성)는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을 헝가리로 결정하고 공사를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울산), 중국(시안)에 이어 글로벌 3각 생산 체제를 완성한다. 201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4000억원을 투자, 순수전기차(BEV) 기준 연 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유럽 자동차업계 생산기지 대다수가 헝가리 인근에 몰려 있어 이 공장이 가동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고객 요구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 삼성SDI가 지난해 인수한 배터리 패키지생산업체 SDIBS(SDI Battery Systems, Austria)와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배터리 셀부터 팩까지 일관 생산 체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보쉬, 콘티넨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도 배터리 셀·팩 일관 라인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배터리 전문가 박철완 박사는 “삼성SDI가 BMW 등 계약 갱신과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해 추가 생산 거점을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택한 건 여러 가지 전략 선택으로 평가된다”면서 “중국산 배터리와 달리 고급·고사양 전기차용 배터리 고도화에 집중해야 시장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괴드시 지역 약 33만㎡(약 10만평) 규모로 기존의 PDP 생산 공장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기존의 공장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건축 기간과 비용을 절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세웅 삼성SDI 부사장은 “헝가리 신규 라인 건설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3각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면서 “SDIBS와 시너지를 극대화, 유럽 고객의 다양한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