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인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저가폰=전용폰`이 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고객 이탈을 막고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이동통신사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조사 이해관계가 맞아 전용폰이 늘고 있다. 고객 요구를 한발 앞서 파악해 개발한다는 점에서 이용자 혜택도 늘어난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이통3사가 출시한 전용폰은 모두 16대다. 내달 1일 KT가 출시하는 `Be Y`와 SK텔레콤이 9월 이후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A8` `루나2(가칭)`를 포함하면 20대에 가깝다.
이 기간 SK텔레콤은 가장 많은 8대를 전용폰으로 내놓았다. 중국 제품인 TCL-알카텔부터 기획 스마트폰 루나, 갤럭시J3, 갤럭시 와이드까지 다양한 전용폰을 선보였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대의 전용폰을 출시했다.
전용폰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만든 새로운 트렌드다. 고가 단말에 부담을 느끼면서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는 이용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지원금 차별이 어렵고 시장이 고착화되며 전용폰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통사가 전용폰을 출시하는 이유는 3사 공동 제품보다 고객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용폰을 활용해 기존 고객의 기기변경을 유도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경쟁사 고객의 유입(번호이동)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제조사는 한정된 마케팅 비용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전용폰은 광고 효과도 뛰어나 손해 볼 게 없다. 화웨이, TCL-알카텔 같은 중국 제조사는 고객 반응을 살피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용폰을 내놓는다.
전용폰은 `맞춤형` 스펙이나 성능으로 이용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 단독 출시 제품이기 때문에 이통사는 전용폰에 심혈을 기울인다. 고객 사전 요구를 파악해 원하는 콘셉트를 반영하기 위해 제조사와 많은 협의를 거친다.
삼성전자 갤럭시 와이드와 LG전자 X5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중저가폰에서 5.5인치 이상 대화면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30만원 전후 가격에 두 제품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30만원 전후 가격에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일은 드문 일인데 2개 모델 판매 실적도 좋다”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조사와 상의해 반영, 전용폰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용폰이 흥행에 실패하면 출시에 공을 들인 이통사 부담은 커진다. 하지만 중저가폰 확산에 힘입어 전용폰 출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5년~2016년 8월까지 출시된 이통사 전용폰(출시 시기)>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