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사용후핵연료,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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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발전은 오늘날 비약 성장한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절에 잘살아 보자는 여망과 에너지 자립의 원대한 꿈을 안고 건설한 원자력발전소는 꿈과 희망의 집결체였다. 원자력발전으로 저렴하면서도 안정된 전력 공급이 가능했고, 이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5000달러를 넘어서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세대는 원자력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넘겨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 연료로 사용되고 난 뒤 인출된 핵연료를 말한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연간 약 700톤에 이른다. 경수로는 해당 원자로에 설치된 습식 저장조에 임시 저장되고, 중수로는 충분히 냉각돼 건식 저장 시설에 저장된다. 어느덧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월성의 경우 2019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중저준위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한꺼번에 처분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경주에 확정, 지난해 8월 준공했다.

그러나 정작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은 부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원전 소재 지역을 포함한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 20여개월 동안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제출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7월 고준위 방폐물 부지 선정 절차와 방식, 건설 시기 등을 단계별로 제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확립했다. 이 안에 따르면 부지 선정에 12년, 부지 확보가 예정대로 될 경우 중간 저장 시설은 19년, 영구 처분 시설은 36년이 각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서 중간 저장 시설 운영 시점까지 부족한 저장 용량은 원전 내 건식 저장 시설로 확충해야 한다. 미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등에서도 영구 처분 전까지 중간 저장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가장 안전한 최종 관리 방안은 영구 처분이다. 우리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현재 과학계는 지하 약 500m 깊이의 심부 암반에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격리하는 심층 처분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는 이미 심지층 처분장 용지 선정을 마쳤다. 특히 핀란드는 최근 정부로부터 건설 승인을 받아 2016년 말 착공,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우리도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국민과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에 적용될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알리고 숨김없이 공유해야 한다. 주민을 교육이나 설득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제 발전의 모범 국가가 됐다. 앞으로도 후대들이 풍부한 에너지의 혜택을 계속해서 누리기 위해 정책 당국, 산업계를 비롯한 각계 모두가 사명감으로 노력할 때 후손들은 우리 세대를 책임감 있는 세대로 기억할 것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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