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자들이 엔젤투자매칭펀드 규정 강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투자금 출처 공개는 물론 매칭펀드 신청자격 강화, 교육의무화 등 대폭 강화된 관련 규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일부 엔젤투자자들의 매칭펀드 악용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반응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젤투자자 검증 강화를 담은 변경 규정이 6월부터 시행되면서 엔젤투자자들 사이에 매칭펀드 신청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적 까다로움뿐만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엔젤투자매칭펀드 규정 변경은 `가짜` 엔젤투자자가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금을 노리고 벤처기업에 위장 투자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뤄졌다.
엔젤투자자가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금을 신청할 때 투자자 명의로 된 금융기관 계좌거래내역조회서를 한국벤처투자에 제출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규정 변경 전까지는 피투자 기업 법인통장 입출금 내역만 살폈지만, 현재는 투자받는 기업과 엔젤투자자 자금흐름을 모두 조사한다.
이외에도 △엔젤클럽 가입 후 180일이 지나야 공동투자 건에 매칭펀드 신청자격을 부여 △지역관리기관이 추천한 엔젤투자자도 투자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 △재창업 기업 조건 중 폐업 후 5년 이내 재창업 기업 설립 조건 등이 포함됐다.
엔젤투자업계는 지나치게 까다로워진 규정과 일부 일탈행위로 인해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 엔젤투자까지 막는다는 반응이다. 실제 엔젤투자자 사이에서 매칭펀드 신청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엔젤투자자는 “경기 둔화로 엔젤투자 규모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며 “엔젤투자자 명의로 된 계좌거래내역 청구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투자자가 아니라 죄인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창주 엔슬협동조합 이사는 “엔젤투자자들이 투자규모를 키울수 있던 엔젤투자매칭펀드 이용이 까다로워지면서 유망 스타트업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팁스(TIPS) 운용사를 찾아다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정부자금 악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찬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장은 “제도를 악용하는 블랙엔젤투자자가 정부자금을 빼돌리는 사건이 수차례 일어났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이 또 발생하면 엔젤투자 세제혜택 등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엔젤투자자 심정은 이해하지만 금융기관 계좌거래내역조회서 제출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덧붙였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기업 분류에 따라 최소 1배수에서 최대 2.5배수 상당 추가 투자금을 같은 기업에 투자한다.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하고 매칭펀드 신청을 접수한 엔젤투자지원센터와 한국벤처투자가 실사에 나선다. 심사가 완료되면 총 1920억원 규모로 결성된 전국 16개 엔젤투자매칭펀드에서 투자금을 출자한다.
엔젤투자매칭펀드 변경사항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