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청와대와 `한 여름 밤의 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한 여름이지만 정국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를 감찰 중이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주 동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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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에 재반격, 그 종착점은 검찰이다. 청와대 특별감찰관 흔들기에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횡령 혐의 수사 의뢰 요청으로 `반격`을 가했고, 이에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에게 국기문란이라는 굴레를 씌워 `재반격`했다.

수사를 앞둔 검찰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등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시험도 계속 받게 됐다.

청와대는 일단 `우병우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처음 우 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별 상관없는 개인 문제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문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운영에 최대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털고 가는 것보다 돌파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뤄진 개각에서도 우 수석은 살았다. 또 이 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요구한 것으로 보면 끝까지 우 리스크를 안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 일병 구하기`가 많은 국민들에게 무리수로 읽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서 여론을 움직여 반전시키지 못하면 `레임덕`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협치`를 공언한 박 대통령 약속도 허언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

어떻게든 대통령이 우 사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게임이다. 민정 수석 거취 하나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권과 기싸움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임기 말, 골든타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우 수석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더라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초면 차기 대선 정국이다.

대통령의 이 한여름 밤 꿈은 과연 레임덕을 자처하는 악몽이 될까, 아니면 반전을 위한 복선으로 길몽이 될까.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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