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빠른 환불

Photo Image

“빠른 환불은 오픈마켓이 할 수 있는 최악의 갑질입니다. 고객 책임이든 뭐든 무조건 판매자가 다 책임지라는 식이에요.”

최근 만난 한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는 통성명이 끝나기 무섭게 오픈마켓의 `빠른 환불`에 대해 불만을 쏟아 냈다.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 동의 없이 일방으로 환불 처리하는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사례로 신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빠른 환불은 고객이 환불 사유를 작성한 후 해당 상품을 발송한 것만 확인하면 즉시 구매 금액을 되돌려 주는 제도다. 판매자가 반품 상품을 받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환불 처리한다. 통상 일주일 안팎으로 걸리는 반품·환불 처리 시간을 단축,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현재 주요 오픈마켓이 빠른 환불을 도입했다.

판매자들은 입을 모아 허점이 많은 제도라고 지적한다. 판매자 동의 없이 돈을 돌려주는 특성 상 반품 사유와 상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품은 반품하지 않고 돈을 챙겨 달아나거나 물품을 훼손한 후 돌려보내는 악성 고객도 늘었다. 판매자는 반품 배송비도 부담한다. 상품은 팔지도 못하고 손해만 보는 밑지는 장사다. 판매자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옥션은 최근 빠른 환불을 도입하며 판매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 빠른 환불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 등급과 최대 금액을 제한했다.

하지만 대다수 온라인 쇼핑 사업자는 판매자 피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판매자 불만보다 거래액이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객의 악성 댓글과 평가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상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공존할 때 성립한다. 일방향의 소비자 혜택은 판매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판매자가 대거 이탈하는 엑소더스도 우려된다. 오픈마켓 업계가 판매자와 소비자의 균형을 잡는 현명한 서비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