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영업이익과 매출이 동반 감소했다. 통신사업자 신규 주파수 망 투자도 국내 중소업체에는 도움이 되지 못해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다.
상반기 실적 공시자료에 따르면 다산네트워스, 에이스테크, 쏠리드, 우리넷, 코위버, 텔레필드, 기산텔레콤 등 주요 상장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유비쿼스가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20억원 이상 줄었다.
에이스테크 영업적자는 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3억원 적자)보다 4배 가까이 적자가 늘었다. 다산네트웍스는 37억5400만원 적자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쏠리드는 팬택 인수 여파로 327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전송장비 대표업체 코위버는 지난해 약 13억원 흑자에서 올해는 적자로 돌아섰다. 텔레필드는 적자 규모가 7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넷은 적자가 규모가 줄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소폭 적자를 낸 기산텔레콤은 올해 약 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줄었다.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매출이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다산네트웍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약 110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83억원으로 11.3% 감소했다. 흑자인 유비쿼스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약 839억원에서 올해는 656억원으로 21.8% 줄었다. 기산텔레콤 매출은 약 307억원에서 179억원으로 40% 넘게 줄었다.
일반기업이나 공공분야 발주(구매)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통신사 투자 감소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통신사 설비투자(CAPEX)는 1조436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90억원)보다 30% 넘게 줄었다. 통신사가 연초 밝힌 올해 CAPEX 가이던스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주파수 경매에 대비해 비용을 아꼈다는 게 통신사 입장이다. 하지만 신규 주파수 활용을 위한 망 투자 금액은 대부분 대기업과 외국계 장비업체에 돌아간다. 국내 중소업체 중 `광중계기` 일부 업체만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가 늦어져 통신방송 투자가 올스톱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5월 유선 분야 구매량이 가장 많은 한 통신사가 장비 납품단가를 20% 이상 낮춘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장비업계 임원은 “통신사의 한정된 설비투자 예산이 수년간 고정적으로 신규 망 투자에 쓰이게 된 것은 중소업체엔 오히려 독이 됐다”며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뚜렷한 대안이나 대책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주요 통신장비 업체 상반기 실적(단위: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