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경대 내 부산창업카페 2호점에 청년 창업인 20여명이 모였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과 창업기업 소개, 목표와 비전 등을 발표 및 연습하는 청년 창업인 자율 모임이다.
모임에서 창업인과 수시로 대화하고, 초청 강사와 교육 내용을 협의하며, 행사장 안팎을 오가면서 음료 등 요깃거리를 준비해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주홍 스마트파머 대표(34)다.
“청년 창업인들이 스스로 주말 시간을 쪼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모였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장소 마련부터 강사 섭외와 진행 등 어려움이 많죠. 선배 창업인으로서 돕고위해 나왔습니다.”
이주홍 사장은 부산 창업인과 예비 창업인,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 사이에 맏형같은 존재다. 20대 후반, 해외 연계 원격 영어교육 서비스로 창업해 큰 성공은 아니었지만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3년 전 `스마트팜 관리시스템`으로 스마트파머를 설립, 연 매출 5억 이상의 유망 스타트업으로 키웠다.
올 들어 그는 잘 나가던 사업 아이템을 외부에 넘기고, 스마트파머를 인큐베이팅 전문기업으로 전환했다. 후배 창업인을 지원하고 그들의 창업 성공을 지켜보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후배 창업인들이 찾아와 창업 아이템 평가에서 사업화 방법, 필요 자금 유치 등 여러 도움을 요청했다. 나도 겪어본 일이라 외면하지 못했다. 회사에 전념해야할 시기였지만 창업인들과 만나 상담하고 기관이나 대학을 함께 방문하며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길이 내 길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파머는 올 초 부산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과 협력해 부산대 안에 창업 지원 시설 `매쉬업존`을 구축했다. 매쉬업존은 창업 인큐베이팅 전문기업을 표방한 스마트파머의 첫 사업인 셈이다.
국내 창업 인큐베이팅은 대학과 기관이 전담한다. 스마트파머를 창업 인큐베이팅 전문기업으로 키워 민간으로 창업 인큐베이팅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기와 엄마의 공감처럼 창업 인큐베이팅은 창업인과 인큐베이터 간의 공감에서 출발합니다. 청년 창업인 얘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며 여러 대안을 제시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스마트파머의 역할입니다.”
이 사장은 창업 초기 기업에 1000만~2000만원 규모 직접 투자도 진행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신생아 모유처럼 초기 창업기업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소액 투자는 내가 후배 창업인에게 배운 수업료라 생각한다. 이 수업료는 초기 창업기업 성장에 도움을 주고, 향후에는 스마트파머의 강력한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해외 연계 인큐베이팅 사업도 시작한다. 창업 초기기업에 국제적 창업 감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현재 일본 시가현과 협력해 한일 공동 창업IR대회를 준비 중이다.
이 사장은 “창업 인큐베이팅은 창업 성공 단계를 넘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라며 “민간 인큐베이팅 확산과 인큐베이팅 전문기업 성장은 다양한 창업을 유도해 창업 문화 전반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