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장의 산업재해 외신 보도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한 보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 역시 왜곡 수준이 도를 넘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12일 공식 뉴스룸에 `AP통신의 잘못된 기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삼성전자는 이 글에서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AP는 지난 10일 `공장 화학물질에 의해 병에 걸린 삼성 노동자들의 발언(Samsung workers sickened by chemicals in factories speak up)`과 `병든 삼성 근로자들을 정보로부터 차단하는 두 단어 : 영업 비밀(2 Words keep sick Samsung workers from data : Trade Secrets)` 기사 두 건을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AP는 “한국 정부가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친 화학물질 등 중요한 정보를 삼성의 요청에 의해 반복적으로 제외시켜왔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충분한 심의와 심사를 거쳤고, 적법하다는 행정판정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도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 2항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은 영업비밀로 분류할 수 없다. 즉, AP는 한국 현행법과 그간의 행정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올림 등 삼성과 대립 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의 일방적 목소리만 담아냈다는 것이 보도 이해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은 AP 기사에 소개된 여러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AP는 천안사업장 이희진씨 사례를 들며 “회사가 부당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씨 변호인이 요청한 자료는 이씨가 근무하던 천안사업장과 무관한 아산사업장에 관한 것이었다”며 “이씨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근무했으나 요청한 자료는 2013년에 실시된 안전진단 평가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안과는 무관한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AP는 또 기흥사업장 설비 협력사 손경주씨 사례를 들며 “손씨의 독성물질 노출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클린룸 출입 기록`은 사망 3개월 후 보안을 이유로 파쇄됐다”고 했다. 그러나 클린룸 출입 기록은 독성물질 노출 여부 판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 설명이다. 출입기록으로 유해물질 접촉이나 노출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 출입기록은 법에 따른 강제 보관 항목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작성하고 폐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음에도 AP는 삼성이 중요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하는 듯 한 인상을 주면서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보상에 대해서도 AP는 “치료비 전액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삼성 측은 “지출 사실이 입증되면 전액 지급하고 향후 치료비와 2년간 급여의 70%에 해당하는 보상금과 위로금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번 보상은 인과관계 규명없이 조정위원회 권고에 따라 `사회적 부조`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12일 후속으로 보도된 AP의 `한국, 유독물질 공개 절차 검토 예정(South Korea to review toxins data disclosure process)` 기사에 대해 취재에 응한 고용노동부 담당과장은 “심각한 왜곡에 분노를 느낀다”며 펄쩍 뛰었다.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장은 “적법한 판정을 받았고, 앞으로도 적법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그런데 AP는 마치 지금까지 적법하지 않은 과정을 밟았고, 앞으로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뉘앙스로 보도했는데, 이는 명백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AP가 10일 보도한 `병든 삼성 근로자들을 정보로부터 차단하는 두 단어 : 영업 비밀` 기사는 당초 내용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내용이 축소된 상태다. 삼성 측 반박을 일부 받아들인 결과다. 삼성 측은 “이미 1차 기사가 다른 매체들에 의해 전재된 데다 수정된 기사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힌다”고 뉴스룸 내 글 게재 이유를 밝혔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