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우리나라 반도체 후방산업에도 손을 뻗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피케미칼 최대 주주인 우리르네상스홀딩스유한회사는 지난달 본 입찰을 거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중국 Y사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피케미칼은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회사로, D램 핵심 재료를 공급한다.
Y사는 일본과 미국의 경쟁 화학업체를 제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르네상스홀딩스는 다음 달 말까지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다. 중국 Y사는 화학 분야와는 연관성이 없는 회사로, 이번 인수를 통해 관련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르네상스홀딩스가 보유한 유피케미칼 지분 65.12%와 창업자인 신현국씨 지분 31.16%를 합친 96.28%(66만8241주)가 매각 대상이다.
우리르네상스홀딩스는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웅진캐피탈, 대우증권이 합작해 설립됐다. 2008년에는 유피케미칼 지분 70%를 190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일부를 유상감자 방식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 현재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피케미칼 매각 본 입찰에 중국, 일본, 미국의 주요 업체가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면서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금액상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유피케미칼의 핵심 매출원은 고유전(하이-K) 특성을 띤 원자층증착(ALD)용 지르코늄(Zr)계 화합물 프리커서(Precursor)다.
D램 최소 단위인 셀 하나하나에는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가 얹어진다.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를 데이터로 인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요소다. D램 생산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커패시터 전류 누설 현상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유전율이 높은 하이-K 물질을 ALD로 커패시터에 증착, 전하를 가둬 전류 누설을 막는 것이 D램 업계가 고안한 해결 방법이다. 최근 ALD 장비와 관련 재료 시장이 커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피케미칼의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0억원, 125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 영업이익은 212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 36.3%, 영업이익 68.9% 각각 증가했다.
중국 자본이 유피케미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실사를 마친 뒤 가격 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다. 최근 중국 자본은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메모리 분야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유피케미칼이 중국으로 매각되는 것에 SK하이닉스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단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ALD용 Zr계 프리커서의 중요성을 인지한 SK그룹이 자체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SK그룹으로 편입된 SK머티리얼즈는 일본 트리케미컬과 합작법인 SK트리켐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SK트리켐은 내년 초부터 Zr계 프리커서를 양산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