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한전 상대로 SW국제분쟁조정 간다…초유의 소송 시작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SW저작권 관련 국제분쟁조정을 요청했다. SW저작권 문제로 외국계 기업과 국내 최대 공기업이 국제 중재재판소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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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기업로고

15일 업계에 따르면 SAP가 최근 싱가포르에 위치한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SW저작권 관련 문제 중재를 요청했다. 한전이 사용하고 있는 SAP 전사자원관리(ERP) 제품 감사를 받도록 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감사는 SW업체가 자사 SW 제품을 도입한 기업을 상대로 계약된 라이선스에 따라 제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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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외관 사진

SAP에 따르면 한전은 2005년 SAP ERP를 도입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2009년 ERP 재계약 당시 `1년에 적어도 1회 SAP 표준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한다`는 문구를 넣었지만 한전이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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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입수한 `SAP-한전 서울지방법원 결정문`에 게재된 SAP코리아와 한전KDN 계약서

SAP가 추정하는 한전의 SW저작권 불법 사용 금액은 480억원이다. SAP는 한전이 도입 당시 계약한 기업용 버전 ERP보다 10배가량 가격이 비싼 프로페셔널 버전을 전 직원이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감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2005년 최초 계약 체결 당시 `시스템 가동(Going live) 후 3년간 감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3년 후 감사를 할 때 증가 인원만 감사 대상이 된다`고 SAP로부터 확약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계약과 다른 라이선스를 사용한다는 SAP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는다. 한전은 SAP와의 계약을 근거로 정품만 사용하며, 해마다 유지보수비를 지불한다. 480억원 규모의 SW 불법 사용 근거 역시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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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입수한 `SAP-한전 서울지방법원 결정문`에 게재된 2005년 SAP코리아와 한전 확약내용.

SAP코리아는 ICC 중재 요청에 앞서 지난해 서울지방법원에 이 문제에 대한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한전의 손을 들어 줬다. 2009년에 감사를 받는다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당사자가 한전이 아닌 한전KDN(한전 IT 자회사)으로, 한전이 감사 직접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SAP코리아는 ERP 계약 당시 분쟁이 생길 경우 국제분쟁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 사건을 ICC에 중재,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SAP코리아 최대 고객의 하나다.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2만 명가량)로 SAP ERP를 사용한다. 이번 중재 요청은 SAP코리아가 주요 고객을 상대로 제기한 첫 국제소송이다. 동시에 국내 최대 공기업이 SW 저작권 이슈로 국제재판을 받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ICC 중재는 보통 1년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SAP와 협상하면 SAP가 중재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12월 퀄컴을 대상으로 특허료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가 퀄컴과 합의하면서 지난 4월 중재 요청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전은 “SAP 주장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국제분쟁이어서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광장)을 지정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AP코리아는 “중재가 진행 중인 사항이어서 입장을 전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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