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친환경차 개발 역사가 30년이 채 안됩니다. 1960년대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한 일본 토요타나 1880년대부터 전기자동차를 만든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비교해 시간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는 토요타 `프리우스`, 전기차 분야에서는 닛산 `리프`를 각각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연료 효율성을 목표로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
지난 10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아이오닉 아버지` 안병기 현대차 환경차시험개발실 이사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와 같이 말했다. 현대차가 약 3년 동안 수천억원을 투자해 만든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이 목표로 삼은 경쟁 모델을 넘어선 것에 대한 기쁨과 앞으로의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안 이사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미국 시장에서 최고 연료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BMW 전기차 `i3`(124mpge)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 이사는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최장 주행거리`지만 빠른 시일 안에 연료 효율성으로 초점이 옮겨질 것”이라면서 “BMW i3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대거 적용해서 차체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미국환경청(EPA)이 평가하는 최고 연료 효율을 달성했다. 올해 말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출시되면 10MPGe 정도 앞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이사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 많은 혁신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개발해 똑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더 높은 연료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는 차량 정체 정보나 도로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연비 구간을 알려 주는 `에코 라우트(Eco Route)`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장착했다.
안 이사는 “배터리 효율은 결국 전력이 필요한 부분에만 공급하고 쓸데없는 전력 소비를 막는 로직을 얼마나 잘 짜는지가 중요하다”면서 “HW 부분에서는 정부 과제로 개발한 `히트펌프 시스템`이 연료 효율성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데 전장부품에서 샐 수 있는 열까지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내년 하반기에 공식 출시하는 테슬라 `모델3`나 제너럴모터스(GM) `볼트(Bolt) EV`와의 경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히려 중국산 전기차 추격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중국은 세계 8대 배터리 업체 가운데 2개사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가 4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내수 시장 중심인 중국 전기차가 해외 시장에 `저가` 공세를 시작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안 이사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테슬라, 비야디(BYD), 닛산 등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 맞설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을 것 같다”면서 “수소연료전지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친환경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