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출연연과 과학기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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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 연구단지가 우울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자신문 `출연연 대개혁` 시리즈 이야기를 꺼낸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2차 기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연구원도 있다.

너무 잦은 정책 변화와 연구자가 프로젝트를 따와야만 생존할 수 있도록 내모는 불합리한 운영시스템 등 바꿔야 할 외부 요인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많이 아파한다는 얘기가 많다. 이들은 기사에 쓰인 문구 하나, 숫자 하나를 따져가며 `일부 문제` `이미 고쳐진 내용`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가장 속상해 했다.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늘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우군이라고 여겨 온 전자신문에서 아픈 곳을 찔러와 더 아프게 느낀다고 분석하는 연구원도 있다. 다른 매체에서 썼으면 덜 아팠을 것이라고 한다. 지적하는 내내 전자신문도 아팠다. 출연연과 대덕연구단지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본지 과학기자들도 아팠다. 우리 손으로 출연연의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그랬다.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야 한다. 중국 북송 때 개혁을 주도한 정치가 왕안석은 개혁을 추진하면서 `주례`를 경전으로 삼았다. 자구에 연연하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라는 구절이 의미심장하다.

앞으로가 문제다. 미래부와 출연연은 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혁신을 추진한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출연연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래야 위상이 살아난다.

지난 10일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국가 전략 프로젝트 9가지를 내놓았다. 2조 20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스마트시티, 경량소재, 정밀의료,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바이오신약 분야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프로젝트를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할 과제별 추진단장(PM)은 전권을 행사한다. 기술 이해도가 높으면서 프로젝트를 관리할 역량이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출연연의 자존심이 상했다.

프로젝트는 대부분 출연연이나 기업 연구소 등에서 개발하고 있거나 축적해 온 기술이다. ETRI만 해도 현재 AI, 무인자율주행기술, 스마트시티, AR·VR 기술 개발 과제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출연연 관계자가 그 과제 책임을 맡기는 쉽지 않다. 출연연의 내부 시스템이 정비돼야 `밑 빠진 독`이라는 불명예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 미래를 위한 과제를 연구와 관계없는 인건비, 회사 운영 경비 등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출연연은 10년 후를 기약하는 새로운 미션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30여년 전의 연구 분야와 연구 풍토로는, 낡은 관행으로는 국민이 `사랑하던` 출연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가슴 뜨거워 보자.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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