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모타르`(brick and mortar) 점포 시대가 부활했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와 비보(Vivo) 성공비결을 분석하며 전통적 소매 판매(brick and mortar)방식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대신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전통적인 판매방식이 제품 신뢰도를 높여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오포와 비보의 스마트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5분 충전으로 2시간을 쓸 수 있다`는 오포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길거리 광고판이나 버스 정류장, TV와 소셜미디어에서 오포와 비보는 광고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흔치 않은 상황이다.
두 브랜드는 중국 이외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BBK전자 자회사다. 오포는 고성능 카메라와 금속 재질 본체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하고, 비보는 젊은 층을 위한 저가형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최근 중국에선 고가 제품이 주력인 애플이 부진하다. 반면 오포와 비보 두 회사는 인기가 높다. 오프라인 소매전략과 대대적 광고 공세에 힘입어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 2분기 스마트폰 출고량 조사에서 두 회사는 화웨이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오포는 103%, 비보는 62% 성장했다.
애플은 두 업체 기세에 밀려 중국시장에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애플은 9월 새 아이폰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중국시장 점유율이 7% 아래로 떨어졌다.
니콜 펑 캐널리스차이나 리서치디렉터는 “애플은 그동안 중산층이 타깃이었는데 중산층도 이제는 브랜드보다 가치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보보다 오포가 더 아이폰과 직접 경쟁한다. 오포는 아이폰 구매자를 타깃으로 성능은 비슷하지만 아이폰보다 싼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다. 오포 제품 중 가장 비싼 R9플러스 128GB 모델은 3299위안(약 54만7000원)으로 애플 제품 중 가장 싼 아이폰SE 16GB(3288위안)와 비슷한 가격이다.
가격보다 중요한 비결은 오프라인 판매전략에 있다. 류 류마 오포 기술기획 부장은 “오포는 통신사나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라이벌 회사와 달리 오프라인 소매점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우리 전략은 상대방 포석에 관계없이 먼저 자기 진영을 튼튼히 구축하는 바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통신사에 주력하는 곳은 화웨이, 온라인에 주력하는 곳은 샤오미를 말한다.
오포와 비보는 판매점에 독점권을 주는 방식으로 채널을 늘렸다. 본사가 판매점 영업을 적극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모델과 비슷한 형태로 스마트폰 판매점을 확보했다. WSJ는 두 회사는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작은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이런 전략을 펼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제 화웨이와 샤오미도 오포와 비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고객 접점을 늘리는 소매점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샤오미는 `메이드인차이나 스마트폰`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샤오미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했지난 점점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포와 비보의 부상과 샤오미의 퇴조는 `브릭 앤드 모타르` 판매점 부활을 의미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스마트폰회사 지오니커뮤니케이션의 윌리엄 류 최고경영자는 “2년 전 샤오미가 최고조일 때 전통적 소매점은 패닉에 휩싸였다”며 “그러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길거리에 아무도 없고 택배기사만 오고가는 그런 세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