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무더위 냉방용이나 한겨울 난방용으로 전력소비가 몰릴 때만 가동하고 봄·가을에 운전을 멈추는 발전소가 원전 30기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발전설비의 계절별 가동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발전설비 계절 격차가 커지면 그만큼 관리비용이 늘어난다. 하계·동계때 상대적으로 비싸게 받는 요금으로 이 비용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11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전력최대사용량(8449만㎾)과 가장 적은 사용량을 기록한 5월 평균전력사용량(5462만㎾)간의 차이는 2987만㎾에 달했다. 원전 30기에 달하는 격차다. 여름와 겨울에 돌리는 발전소가 봄·가을로는 멈춰 서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계절 격차는 매년 커지고 있다.
9.15 순환정전(2011년) 다음 해인 2012년에는 최대전력사용량(7429만㎾)과 가장 낮은 월평균 사용량(5월, 5254만㎾) 차이가 2175만㎾였다. 2013년은 1980만㎾, 2014년 2076만㎾, 2015년 2210만㎾를 기록했던 것을 비교하면 유독 올해 계절격차 문제가 두드러졌다. 유난히 더운 여름에 지난해 보다 원전 8기에 가까운 최대전력을 더 사용한 것이 주원인이다.
국가 총 공급설비로 따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는 신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해 처음으로 1억KW(6월 기준 10,257만㎾)를 넘어섰다. 지난 5월에는 국가 전체 발전소 중 원전 50기에 달하는 절반의 설비를 활용하지 못하고 놀린 셈이다.
계절격차가 커질수록 국가 전체 전력시장 운영 부담도 늘어난다. 봄·가을에 쉬는 발전소에도 여름·겨울에 활용하기 위해 일부 설비유지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그 금액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전력도매시장에 핵심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용량요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용량요금은 예비군 성격의 발전소 유지를 위해 가동대기를 하고 있는 발전소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2001년 1㎾ 7.17원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15년째 고정돼있다. 발전사는 그동안 물가인상 요인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시장 구조 현실화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용량요금 일부 인상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발전설비 계절격차가 원전 30기 분량으로 커지면서 변수가 많아진 이유다. 현안을 미루다보니 사태가 커진 셈이다.
전력업계는 우리나라 발전설비 계절격차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봄·가을에 운전을 못하는 발전소가 늘수록 용량요금 인상 여부를 떠나 사업을 접는 곳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설비 계절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여름과 겨울 전기수요를 줄이고 분산시켜야 한다”며 “기업의 에너지효율 설비 투자와 주택태양광 보급 확대 등 지금 에너지신산업 정책에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발전설비 계절 격차 현황 (단위:만㎾)
자료:한국전력거래소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