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PM`이 성패 관건…핵심 사업엔 PMO도 둬야

정부가 10일 과학기술 분야 대한민국 국가전략 프로젝트 9가지를 내놓았다. 166건 사업 계획서의 5%에 해당하는 9개 사업을 선별했다. 투자 금액은 2조2000억원(예비타당성조사 요구액 기준)이다. 정부는 1조6000억원을 출연한다. 일본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정부는 현재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 주도의 국가 연구개발(R&D) 체제와 과제 수행 방식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이 같은 계획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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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프로젝트 수와 투자 금액, 시기, 내용을 놓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외형은 갖췄지만 내실 있는 기획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먼저 나왔다. 프로젝트를 총괄할 단장의 역량과 리더십, 기존 출연연 연구 과제와의 중첩 문제, 성과 평가 기준, 규제 개선 같은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해당 프로젝트단에 얼마나 강력한 역할과 권한을 독립시켜서 부여하는가가 중요하다. 기존 연구회와의 위상 정립도 관건이다.

◇산업·국민 양방향 설정 바람직

국가전략 프로젝트 추진은 칸막이로 막혀 있는 출연연 주도의 R&D 전략을 광역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학계와 산업계는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협력과 융합 연구가 늘어날 것을 기대했다. 경제 성장이나 산업 발전만을 위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주도하는 역할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한 과학계 원로는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협업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민간 역할도 확실하게 구분해서 추진하되 협력 체계를 구축해서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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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 전경.<사진:청와대>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교수는 “미국 역시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AI) 부문 투자를 진행하면서 원천기술과 응용 서비스 개발이 탄력을 받았다”면서 “AI처럼 거대 기술 분야에서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지만 좀 더 현실성 있는 목표와 적절한 기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업체의 한 임원은 “제약 분야 기술 및 경험과 기초과학 인프라에서 해외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다소 강점을 보이거나 격차가 없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바이오신약개발 프로젝트에서 목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PM 선정에 공들여야

정부는 부처별로 운영하던 사업단을 단일 사업단으로 통합·운영하고, 각 프로젝트 단장(PM)에게 과제 기획과 선정·평가·예산배분·성과관리 등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로젝트 성패가 PM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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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정부는 한 프로젝트에 최대 3000억원, 적게는 500억원 투자한다. 핵심 프로젝트 4~5개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중국 정부가 로봇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규모라 할 수 있지만 순수 R&D 개발 자금으로만 보면 절대 수치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3000억원짜리 단일 프로젝트는 사실상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규모와 맞먹는다. 낡은 전산 시스템을 새것으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에 드는 규모다. 인력도 수백명이 투입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이끌고 갈 PM의 위상과 리더십이다. 정부도 각 사업을 책임질 PM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원 청와대 미래수석은 “황창규 KT 회장이 정부의 R&D전략기획단장으로 지냈듯이 산업별로 그 정도의 거물급 인사가 프로젝트를 맡았으면 한다”면서 “파격으로 컨설팅 업계 대표를 검토할 수도 있으며, 전문성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최적의 적임자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 이해도가 높으면서 프로젝트 관리 능력도 함께 겸비한 인물을 찾긴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단장 자리가 석 달째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인 것만 봐도 `민간 전문가` 모시기가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정부 부처의 눈치 없이 프로젝트를 지휘할 수 있을 정도의 업계 영향력과 리더십이 1순위 자격 요건이어야 한다”면서 “PM 혼자 이끌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술 전문 인력 등을 포함한 별도의 PMO 조직을 갖춰 함께 운영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평가 관리시스템 개발도 시급하다. 핵심 사업의 경우 5년 동안 추진되는 만큼 단계별 성과 측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계별로 성과를 경험하면서 다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기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정치계 입김으로부터의 독립도 필요하다. 국가 중장기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정치계 외압으로부터 독립해 연구자금과 개발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여서는 안 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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