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한 쪽에선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시가총액 신기록을 쓰고 있지만, 일부 바이오 기업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한 지 1년여 밖에 안된 기업도 유상증자를 하는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최근 7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방식 보통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은 기명식 보통주 27만1320주이며, 신주 발행가는 주당 2만5800원이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 동국제약 등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지난해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1년 4개월 만에 자금조달에 나섰다. 회사는 유상증자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임상 시험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증자결정으로 재무 안전성이 강화돼 임상연구에 더 전념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증자규모는 회사 필요에 상응하는 규모만으로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주주 권리를 최대로 보호하기 위한 규모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이달 말 중증하지허혈 세포치료제 FECS-Ad 임상 1/2a상 최종결과를 발표한다. 10월 경에는 파킨슨병 치료제 TED-A9 고용량 투여군 3명에 대한 1년 추적관찰 중간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백신 및 면역증강제 개발 및 제조 기업 큐라티스는 지난 13일 63억4480만원 규모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수는 보통주 770만주로 발행가액은 824원이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필리핀 린프라다.
큐라티스는 지난해 6월 상장해 1년 3개월 만에 전환사채(CB)발행, 상장 후 적자 지속 등이 계속됐다. 상장도 한차례 재수 끝에 공모가 4000원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에이즈 백신 등을 개발하는 크레오에스지도 이달 초 3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신주 예정발행가액은 1주당 732원이며, 발행 신주는 4100만주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보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크레오에스지는 에이즈 백신 'SAV001'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을 진행했다. 항체가 대폭 생성된 것을 확인했고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이오플로우와 펩트론, 에스티큐브 등이 주주 대상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에스티큐브는 757억원, 이오플로우 832억원, 펩트론 1200억원 규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상장할 때 펀드자금이 시장상황으로 크지 못하면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밸류가 낮게 책정되다 보니 상장하면서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양의 자금을 못 얻었기 때문에 탓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상증자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시장과 끝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