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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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자동차 실 사용자 중심 커뮤니티나 동호회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정례로 자발 모임을 갖는가 하면 전기차 구매·이용 경험담을 공유한다. 이들 소통의 장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자신의 전기차로 경험한 장거리 운행 노하우가 등장하고, 차량별로 각기 다른 성능 비교·평가나 충전기 효율 활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내연기관차 연료비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심지어 전기차 충전기를 독자 제작하거나 전기차 활용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해외 부품 구매 정보, 배터리 충·방전 성능을 직접 실험한 데이터를 공유하기도 한다. 전문가나 전기차 관련 공무원도 생각해 보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비자 동호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도 많다. 지금까지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온 충전기 부족이나 비싼 차량가격 및 충전 요금 이슈보다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충전인프라 불편 사항, 수시로 바뀌는 정부 정책에 따른 직간접 피해를 호소하는 일도 많다. 우리나라 전기차 관련 정책을 세우거나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현장 중심의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을 대하면서 느낀 건 개인 소유의 전기차를 타 보지 않고는 전기차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기차 관련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산·학·연 통틀어 자신이 직접 충전까지 해 가며 전기차를 운행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 전기차 운행 경험이 없어 지금의 정책은 현실과 조금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정책이 보조금에만 치우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내리겠다던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달 초 다시 올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정용 충전기 설치나 공용 충전인프라 관리 부실은 여전하다. 이제 책상머리에서 내려와 이들처럼 전기차를 직접 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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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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