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법인세를 15%로 낮추고 상속세 폐지와 육아비 전액 소득 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공약을 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깨진 약속”이라며 비판했고, 공화당이 제시한 것보다 더욱 강도 높은 감세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레이건 행정부의 세제 개혁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세제 혁명”이라며 이 같은 감세 구상을 밝혔다.
그가 강연한 디트로이트는 올해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중산층이 많아 어느 지역보다 세금, 임금 등 경제이슈에 민감하다.
트럼프는 현재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현재 7단계인 소득세율은 12%와 25%, 33%의 3단계로 간소화하겠다고 말했다. 3단계 소득세율은 이전에 그가 제시했던 10%, 20%, 25%보다 다소 올라갔지만, 법인세율은 공화당 주도 미 하원에서 제시한 20%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또 그는 당선되면 상속세를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는 평생 세금을 내 왔고, 따라서 사망한 다음에도 다시 과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기업이 외국에 옮겨놓은 현금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때 10% 세금만 부과하겠다”며 “그렇게 해서 들어온 돈은 미시간주 같은 곳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현재 과도한 규제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 연간 2조달러에 이른다”며 정부에서 부과하는 규제를 포괄적으로 개혁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는 이날 한미FTA를 겨냥해 “깨진 약속”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미FTA에 대해 “7만개가 늘어날 것이라던 일자리는 10만개가 줄었고, 무역수지 적자는 2배 이상 늘었다”며 “너무도 많은 미국 노동자를 아프게 만든 깨진 약속의 사례를 너무도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경제 공약에 대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1% 부자와 특권층만을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힐러리는 11일 미시간에서 경제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두 후보의 경제공약은 차이가 많다. 미 국민 최대 관심사인 세금 문제에서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트럼프는 `부자 감세`로 대치하고 있다. 클린턴은 연간 소득 500만달러(약 54억원) 이상 소득 최상위층에 4%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납세자의 상위 0.02%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부자증세를 통해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중산층 세금은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디트로이트에서 최상위층 소득세를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25%로까지 인하할 방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나 올라갔지만 `부자 감세`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두 사람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애초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TPP를 지지했지만,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고 러스트벨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경선 때부터 TPP 탈퇴를 주장했다. 또 클린턴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이미 발효한 무역협정을 지지하는 반면 트럼프는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