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위기의 케이블TV...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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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로 출구는 봉쇄됐다. 가입자 수는 IPTV에 추월당했다. 이렇다 할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유료방송 발전방안 연구반을 구성, 9일 첫 회의를 개최한다.

미래부와 연구반은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사업자 간 구조적 경쟁력 차이 △수신료 문제 △지역성 구현의 약화 △아날로그 가입자 시청 복지 개선 △신규 서비스 개발에 장애가 되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 △칸막이식 허가 체계에 따른 현행 인허가 구조 문제점 등을 집중 논의한다.

위기에 봉착한 케이블TV의 돌파구가 될지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케이블TV의 구조적 경쟁력 차이…급증하는 수신료

케이블TV 가입 가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0.02% 줄면서 지난해 말 기준 약 1442만가구다. 이 기간 IPTV는 연평균 61.7% 성장, 올해 4월 1300만가구를 넘어섰다.

케이블TV는 이 같은 결과가 구조적 경쟁력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IPTV에 가입자를 뺏기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모바일이 중심인 결합상품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 모바일 상품을 케이블TV가 빌려 쓸 수 있거나(동등결합) 통신사가 유료방송만 공짜로 제공하지 못하도록(동등할인)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미래부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을 포함한 결합상품과 관련해 잇따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통신사는 개별 상품 단가가 높은 주력 사업(모바일)의 할인율은 낮게, 단가가 낮은 초고속인터넷·방송의 할인율은 높게 설정한다”면서 “케이블TV 주력 상품인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을 사실상 헐값에 판매하기 때문에 대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통신사의 요금할인율 격차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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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케이블TV의 또 다른 고민은 지상파 실시간 재송신료(CPS)다. 매년 지불하는 콘텐츠 사용료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방송수신료 매출에서 콘텐츠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55.3%다. 사용료 가운데 지상파 실시간 재송신료 비중이 가장 높다. 지상파 재송신료는 협상 가이드라인과 대가 산정 기준이 없어 협상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4년 동안 지상파 재송신료는 542% 증가했다. 2011년 72억원에서 2015년 45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상파 3사는 재송신료를 가입자당 280원에서 400원대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한다. 케이블TV는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종합편성채널, 지상파가 다함께 포함된 채널 사용료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반PP, 종편, 지상파 재송신료는 동일한 방송수신료 모수에서 지급되는 채널 사용료이기 때문에 수신료의 공정 분배를 위해서는 함께 논의한 뒤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이다. 일반PP, 종편, 지상파TV를 포함하는 `채널 사용료 정산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요구다.

◇아날로그 가입자 전환에도 힘 빠진 지역 채널

아날로그 가입자 또한 케이블TV 사업자의 고민거리다. IPTV와 위성방송은 모든 채널을 디지털방송으로 제공하고 있고, 지상파도 정부의 디지털방송 전환 정책 시행에 따라 2012년 12월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했다.

케이블TV 아날로그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47%인 745만명이다. 이들은 디지털방송 시청 혜택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양질의 고화질, 다채널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아날로그 상품 폐지가 불가능해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 가입자로 전화시키기 매우 어렵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최근 3개년을 기준으로 볼 때 연평균 11% 감소하고 있지만 현 추세 적용 시 아날로그 가입자가 완전히 디지털로 자연 전환되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린다.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입법이 추진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

케이블TV는 다른 유료방송사업자와 달리 `지역채널`을 갖고 있다. 케이블TV는 방송의 핵심 가치인 지역성 구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역채널은 특정 방송구역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송출하기 위한 채널이다.

케이블TV 가입자가 점점 줄면서 지역채널을 볼 수 있는 모집단도 줄었다. 위성방송과 IPTV를 합친 가입자(50.6%)는 케이블TV 가입자(49.4%)를 넘어섰다. 게다가 지역채널 시청률 또한 미미하다. 지역성 구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역채널을 중요하다고 판단해 케이블TV에 책무로 지역채널을 하도록 했지만 현재 유료방송 가입자 절반 이상이 지역채널을 보지 못한다”면서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지역채널을 진단한 뒤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비대칭성…칸막이식 허가 체계

유료방송사업자는 모두 `방송`이라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케이블TV는 IPTV, 위성 사업자와 달리 규제를 많이 받고 있다. 케이블TV는 출범 당시 독점 사업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규제가 많았다. 하지만 위성·IPTV 등 경쟁 사업자가 생겼고, 이들은 받지 않는 규제를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 비대칭성` 논의가 필요하다.

케이블TV는 아날로그, 8VSB 변조기 장비가 신설, 변경될 때 시설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상파 채널을 변경할 때조차 정부 허가를 받는다. 반면에 IPTV와 위성방송은 허가를 받지 않는다. 규제 비대칭성은 신 서비스 출시를 늦추는 걸림돌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정부 허가를 받는데 보통 3~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새로운 서비스를 빨리 시작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기술 서비스도 칸막이식 허가 체계 대표 사례다. 유료방송 매체별로 특정 기술만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규제를 받아 왔다. 정부는 IP방식에 비해 용량이 제한된 RF 기술 방식을 쓰는 케이블TV를 위해 기술 규제를 완화했다. 케이블TV 또한 RF와 IP를 `혼합`해서 쓸 수 있다. 케이블TV가 오직 IP 방식만을 사용할 수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결합 서비스로 기술 규제가 완화됐지만 케이블TV가 완전히 다른 기술을 이용할 수 없다”면서 “이 문제 또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신규 서비스 개발에 장애가 되는 `규제 불확실성`도 논의 대상이다. 방송사업자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방송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미래부 관계자는 “케이블TV뿐만 아니라 모든 유료방송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하지만 방송법에 없는 경우가 많아 연구반에서 이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