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39>개혁해야 할 `대한민국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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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 혁신`이 이제는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연간 19조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일등이다. 그러나 정작 사업화 성공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혁신이 성공 함정 트랩에 빠져서 오히려 미래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작 개혁을 위한 대안 제시는 별로 없다. 몇 가지 개선 방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숨에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혁신`은 `양적 투입`으로부터 `질적 집중`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은 혁신의 내용과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양적 투입에 기반을 둔 혁신의 핵심 승부처가 치밀한 계획과 실행에 있는 반면에 질적 집중에 의한 혁신은 실험과 실패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이러다보니 혁신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근본부터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양적 투입` 혁신에는 관료형 시스템과 추격형 프로세스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과거 국산화와 한국형 과제들은 투자 재원의 우선순위를 정해 그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면 성과는 어느 정도 나왔다. 남을 따라 하는 혁신은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계획(Plan)-실천(Do)-통제(See)`라는 전통 프로세스가 잘 작동한다.

반면에 `질적 집중` 혁신에는 기업가형(Entrepreneurial) 혁신 시스템과 선발형 프로세스가 필수다. 기업가형 시스템은 관료형과 달리 기술 성과보다 시장에서의 성과를 중시한다. 즉 상업화 결과가 성과 지표의 중심이며, 글로벌 시장과 근접성을 높이 평가한다. 또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는 선발형 프로세스에서는 목표와 계획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창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즉 계획보다 뜻과 의지에 의한 충전, 준비된 실행보다 반복된 실험, 통제보다 기회 포착과 획득이 더 중요하다.

세계는 갈수록 기술 융합과 초연결 사회로 급속히 진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개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를 위한 R&D에 자원을 낭비하고, 미래 추세로부터 고립돼 오래지 않아 국가 전체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 우려된다. 개혁 대안 찾기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분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우리가 수행해 온 혁신에는 3단계가 존재한다. 첫째는 `행동으로 닥쳐가며` 혁신해 나가는 단계로, 주로 공장효율화를 제고시키는 운영 혁신이다. 둘째 `빠른 학습`을 통해 혁신하는 단계로, 제품의 기술 개선에 주력하는 제품 혁신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행해야 하는 셋째 단계는 `스스로 깨달아서` 새로운 제안을 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이 혁신 단계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찾을 수 없는 극한의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서 `대한민국 혁신`은 극한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대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로 혁신 과제 유형별로 접근 방법을 차별화해야 한다. 혁신 과제는 먼저 장기성 기초 과제와 중·단기성 실용 과제로 나눠 볼 수 있다. 전자는 당장 상업화의 결과를 얻기 어렵지만 장기 관점에서 국가가 투자해야 할 중요 과제이고, 후자는 상업화가 가능한 중·단기 과제를 말한다. 또한 혁신 과제는 아직 충전 단계에 있는 씨앗(Seed) 확보형과 명확히 시장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확대 투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 두 가지 기준, 즉 장기기초-단기실용과 씨앗확보-확대투자에 따라 2×2 구분표를 만들어서 차별화해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첫째 기초-씨앗형에서는 소수 과학 전문가들이 핵심이 돼 과제를 평가 및 관리할 수 있다. 둘째 실용-씨앗형의 경우 민간 창업 전문가를 활용하거나 창업지원 사업과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씨앗형은 비록 실패하더라도 우수한 아이디어와 혁신가를 국가 자산으로 많이 확보해 혁신 에너지가 충만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초-확대형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별도 위원회에서 평가 및 관리할 수 있다. 넷째 실용-확대형은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 부문 시스템과 연동하거나 위탁해 재원이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 번째로 선발형 기회 추구를 위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양적 투입형으로는 먹이사슬은 생겨도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글, 페이스북, 알파고, 포켓몬 고 등 이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은 모두 혁신 생태계 안에서 스스로 창발한 반면에 정부 주도로 계획된 결과는 전무하다. 이 생태계 안에서 개방형 혁신과 협업이 왕성하게 이뤄지게 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획득하고, 선발형 기회를 찾아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대한민국 혁신`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개인 창의 인재 및 소규모 벤처기업들과의 협업과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연간 20조원이라는 재원을 국가 미래를 위해 사용해 줄 당사자인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1인 창조기업 등이 당장 모여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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