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A. 에디슨은 1000여종의 특허를 낸 발명왕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었을까. 그가 남긴 말 “나는 평생 하루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에 답이 있다. 그는 처음부터 위대한 발명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만드는 것을 즐기다 보니 세상을 놀라게 한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메이커(Maker)`가 미래 혁신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커란 `만드는 사람`을 칭하는데, 이들이 미래를 변화시킬 주역들이라 말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진작부터 메이커 창출에 힘을 쏟아 왔다. 이것을 하나의 정책으로만 간주한 것이 아니라 문화융성의 아이콘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제11회 메이커 페어(Maker Fair)`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메이커 페어 창립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우리 모두는 만드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전문 메이커, 취미 메이커, 학생 동아리, 스폰서, 기업 등 다양한 메이커가 모여 한바탕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기존 시설을 활용해 직접 부스를 꾸미는가 하면, 나무토막으로 만든 로봇, 3D로 제작한 군용트럭 등 자신만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전시했다. 언뜻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시제품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서 메이커들의 창의성과 위트를 엿볼 수 있었다.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2014)에 따르면 메이커로 구분되는 미국인은 18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약 57%인 1억35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다. 미국은 대부분 집집마다 공작실이 있다. 컴퓨터 인력 양성 제도도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다.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적 측면만 갖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메이커 정신이 기저에 깔려있기에 가능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조사한 국내 메이커 현황 자료(2015)를 보면, 메이커의 73.5%가 온라인에서 정보를 수집하기만 했으며 과반 수 이상은 동호회·커뮤니티 등 오프라인 활동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고(43.1%),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3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차이다. 미국의 메이크(make)란 `기술을 가지고 놀다(play with technology)`라는 개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하다(work)`의 의미가 크다. 그래서 시간과 필요성이 있어야만 메이커 활동을 하게 된다. 메이커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인식인 메이커 정신부터 다르기 때문에 메이커 문화 확산 속도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2016년 Let`s Make 포럼`에서 메이커 문화 활성화를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약속했다. 여기에 동참하고자 국립과천과학관에서도 `풀뿌리메이커`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창작놀이터`를 포함해 기존 창업 위주의 메이커 운동에서 벗어나 만들기 자체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메이커 랜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나아가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프리마켓`도 구축해 놀이가 산업이 되는 장을 마련했다.
모든 인프라는 준비됐다. 지금부터는 잠자고 있는 메이커를 깨워야 한다. 메이커는 소수의 전문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노동력을 요구하는 하나의 직업도 아니다. 이런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면 하루빨리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간다. 그것이 혁신을 낳고 역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메이커는 누구인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다.
얼마 전 뉴스에서 3D 프린터로 요리하는 어린이들이 보도됐다. 평소 못 먹는 시금치를 프린팅해서 활짝 웃으며 먹는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이것이 메이커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IT로 노는 일! 즐기다 보니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일! 이제 그동안 잠자고 있던 메이커들이 깨어나 창조경제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를 희망해 본다.
조성찬 과천과학관장, sccho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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