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가격 반등…`색다른 호황기` 온다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반등하면서 다시 호황기를 예고했다. 전방 시장의 수요 증가보다 부품 공급사가 생산량 확대를 자제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격 하락세에도 공급량을 늘려 `치킨게임`을 펼치던 이전과 상반된 전략이다. 산업계가 수익 중심으로 불황 대응 방식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와 LCD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품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TV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례적 가격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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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2기가비트 모바일 D램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64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는 5월 대비 10.89% 급등한 2.24달러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2014년 10월부터 계속 떨어졌다. 2014년 11월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D램 가격도 보합세로 전환했다. 6월 말 DDR3 4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동일한 1.25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했으나 4월부터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락폭이 가장 큰 32인치 LCD의 경우 지난 1분기에 패널 제조사가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해야 하는 수준까지 평균 판매가격이 떨어졌다. 4월 이후 하락세가 주춤해지다가 이후 소폭 반등을 시작했다. 지난 7월 초 대비 월말 가격은 5.3% 상승했다. 연초에 비해서는 7.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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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인치 LCD 가격 추이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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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인치 LCD 가격 추이 (자료=이베스트투자증권)

가격 하락이 다소 덜한 50인치 대형 패널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50인치의 경우 7월 초보다 말에 1.6%, 55인치는 1.1% 각각 올랐다.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TV, PC 등 세트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아이폰 판매가 줄었다. 삼성전자 2분기 LCD TV 판매량은 1분기와 동일한 1000만대 수준이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5억대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 14.4%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TV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올해 유로컵과 브라질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지만 TV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IHS는 올해 세계 TV 시장이 지난해보다 2% 줄어든 2억2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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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UHD TV (자료=삼성전자)

부품 수요가 늘지 않는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공급 증가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의 경우 삼성전자가 차세대 미세공정 제품인 18나노 D램을 적극 증산하지 않고 있다. 회로선폭이 한 세대 좁혀지면 동일 웨이퍼 투입 기준 칩 공급 물량이 20~30% 늘어난다. 낸드플래시도 공급이 부족하지만 증설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는 가파른 패널 가격 하락으로 제조사들이 주요 생산 모델을 변경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BOE, 차이나스타 등이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32인치 모델 생산량을 줄이고 40인치 이상 대형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올해 초 이노룩스가 대만 지진 여파로 TV용 패널 공급에 차질을 빚고 삼성디스플레이가 공정 문제로 LCD 생산량이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0인치를 주로 생산하는 7세대 라인 일부를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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