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베트남 하이퐁에 카메라 모듈 생산 시설을 짓는다. 베트남은 중국보다도 인건비가 절반가량 싸다. 원가 경쟁력을 발판으로 `세계 1등` 지위를 굳히는 전략이다. 하이퐁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입주해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LG이노텍(대표 박종석)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생산법인 `LG이노텍 베트남 하이퐁`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2000만달러(227억6800만원) 출자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베트남 법인 설립과 공장 신축, 제조설비 구축이 본격 추진된다. 2018년까지 베트남 법인에 약 2억3000만달러(약 2611억)를 투입할 예정이다.
베트남 공장에선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렌즈, 센서 등 구성품을 작고 정밀하게 설계한 핵심 부품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세계 시장 16%를 점유한다.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시장 경쟁 우위를 강화할 방침이다. 베트남은 올해 기준 월 최저 임금이 155달러(약 18만원)다. 우리나라 20% 수준이고 중국보다도 40% 싸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호치민에 가전 생산기지, 하노이에 모바일 생산기지를 세웠다.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공장은 이르면 내년 말 가동된다. 건물 준공과 장비 반입, 직원 채용, 수율 안정화에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저가 보급형 제품을 우선 생산한다. 원가 경쟁력 강화가 가장 절실한 품목이다. 듀얼카메라와 고화소 카메라모듈 같은 고부가 제품 생산은 당분간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략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고성능 신제품은 한국에서 계속 생산한다. 베트남 공장 가동과 별도로 한국과 중국 공장을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 규모에서도 세계 1위를 유지하는 LG이노텍 입지가 더욱 굳건해진다. 한국과 중국 생산 물량에 베트남 공장 생산 물량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베트남 투자에는 중국과 일본 업체 추격을 따돌리려는 의지도 담겼다. 프리미엄 카메라모듈 성장세는 둔화한 반면 중저가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모델 위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이를 틈타 중국, 일본 카메라모듈 업체가 빠르게 LG이노텍을 추격 중이다. LG이노텍은 베트남 법인 설립 목적을 “카메라 모듈 사업의 원가 경쟁력 제고”라고 공시했다.
새 공장은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짱쥐에 공단에 들어선다. 짱쥐에 공단은 그룹 계열사가 이미 진출해 인프라 활용, 사업 협력에 유리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이곳에 `하이퐁 캠퍼스`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가전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대규모 생산 기지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하반기부터 디스플레이 모듈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LG그룹 전자 사업도 베트남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완제품부터 부품, 모듈까지 아우르는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전자사업 주요 계열사가 하이퐁 단일 지역에 총 집결하게 됐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계열사와는 개별 품목에서 협력 관계 외에도 인프라, 행정 역량을 공유하는 등 전반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