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닝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유연한 커버 유리를 개발 중이다. 딱딱한 기판 유리와 커버 유리 시장의 독보적 1위지만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대에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혁신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존 베인 코닝 고릴라글라스사업부 부사장 겸 총책임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코닝 웨스트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개최한 고릴라글라스5 신제품 발표회에서 “일정 곡률로 구부러지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나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플렉시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커버 유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닝 커버 유리 브랜드 `고릴라글라스`를 꼭 사용하지 않더라도 커버 유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하면서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닝은 지난 2007년 고릴라글라스를 출시한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점점 더 얇고 내구성이 높은 고릴라 신제품을 선보였다. 깨지지 않는 유리를 실현하고 완성품 제조사와 협업해 본연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최적화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다.
베인 부사장은 “낙하 시 제품에 발생하는 충격을 온전히 버티는 내구성뿐만 아니라 터치 민감도, 깊은 흠집에 잘 견디는 내손상성 등 여러 영역에 걸쳐 혁신 기술을 연구한다”며 “이미 차세대 고릴라글라스 개발을 시작했고 고릴라글라스에 사진이나 이미지를 인쇄하는 `바이브런트` 등 확장된 기술 영역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51년 설립한 코닝은 165년간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한 실리콘밸리 대표 장수기업 중 하나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들기 위해 유리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유명하다. 브라운관 TV용 유리, LCD 기판유리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가 의뢰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패널을 보호하는 고릴라글라스를 개발했다. 통신용 광섬유,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세라믹 담체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올해 자동차용 유리 시장에 진출해 더 얇고 강한 유리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코닝은 최근 플렉시블 OLED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존 시장 입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패널 기판이 딱딱한 유리에서 유연한 필름 소재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면 패널을 보호하는 커버유리 역시 필름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 같은 외부 시선과 달리 코닝은 플렉시블 OLED 시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코닝은 플렉시블 OLED 공정에서 기판 필름 공정에 사용하는 고정밀 캐리어 유리를 공급한다. 실제 패널 완성품에는 유리가 없지만 필름을 안정적으로 운반하고 성질 변화 없이 잘 떼어 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고릴라글라스로 유명한 커버 유리도 플렉시블에 대응할 채비에 나섰다.
베인 부사장은 “코닝의 오랜 역사 때문에 느린 기업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165년간 살아남을 수 없었다”며 “코닝은 지금도 계속 혁신 중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팔로알토(미국)=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