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전망했다.
`세계경제전망`과 같은 공식 보고서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오히려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세계경제 동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3.0%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발표와 변동 없지만 내년 전망치는 0.1%포인트 상승했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IMF는 이듬해인 2015년 성장률을 2014년 4월 3.8%로 발표했다가 6개월 만에 4.0%로, 2.0%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IMF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있을 때 세계 경제 진단을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이 전망치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별도의 하방 위험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IMF가 추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이 수치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IMF는 4월과 10월 연례 2차례 세계 경제 보고서를 발간, 각국 경제 성장률을 발표한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월 G20 회의를 앞둔 세계경제 진단 보고서 때 2.9%에서 4월 2.7%로 낮아졌다가 내리막을 멈췄다.
내년 성장률은 같은 기간 3.2%에서 2.9%로 낮아졌다가 반등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적 거시정책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은 다른 나라와 견줘도 이례적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 정도만이 성장률 하향 조정을 면했다.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내려갔다.
IMF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올해 2.2%, 내년 2.5%로 제시했다. 내년 수치는 3개월 전 전망치 대비 변동이 없었지만 올해 수치는 0.2%포인트 내려갔다.
달러 강세와 글로벌 수요 약화, 외국인 투자 감소 등이 반영된 결과다.
영국은 브렉시트에 따른 내수 부진과 불확실성 심화에 따라 올해와 내년 각각 1.7%, 1.3%로 예상됐다. 무려 0.2%포인트, 0.9%포인트씩 낮췄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2%포인트 내려간 0.3%로 제시됐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0.2%포인트 오른 0.1%로 전망됐다.
중국은 올해엔 4월 전망보다 0.1%포인트 오른 6.6%를, 내년에는 변함없이 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선진국은 올해와 내년 모두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치는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내려갔다.
EU는 올해 1.9%로 3개월 전 전망 때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됐지만 내년에는 1.6%로 3개월 전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신흥국은 올해와 내년 각각 4.1%, 4.6% 성장해 3개월 전 전망치와 변동이 없었다.
IMF가 각국의 경제 성장을 두루 내려 잡은 것은 잠재 성장률 저하, 불평등 확산, 대외 불균형 확대 등 때문이다.
IMF는 금융위기 전후 부채가 늘어나고 만성적인 투자 부진, 노동생산성 저하로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가 커지면서 단기적으론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려 구조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미국은 대외 부문 적자가 확대되고 일본과 EU의 흑자는 확대된 점을 거론,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외불균형을 조정하지 않으면 채권·채무국 불균형이 심화해 세계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선진국에 대해선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성장친화적 재정정책을 강화해 총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흥국을 향해선 “경제 경착륙, 자본유출 등 부정적 외부충격에 대비해 거시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은행권의 부실 문제와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는 만큼 각국이 부채 해소와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