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가가 악의적 채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 채증 조직이 판매점을 상대로 조직적 불법을 유도하면서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시장 안정화 목적의 신고 제도가 유통가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며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점 대상 악의적 채증이 유통가에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형 유통점이 중소형 유통점을, 판매점이 경쟁 판매점을 타깃 삼거나 직업적인 전문 채증가가 악의적으로 불법을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구매 행위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것과는 다르다. 3~4명이 한꺼번에 판매점을 찾아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점원에게 불법 소지의 발언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유도에 넘어가 단돈 1만원이라도 싸게 주면 적발 대상이 된다. 채증 자료로 `폰파라치` 포상금을 신청하거나 판매점을 협박하는 일도 있다.
포상금 목적으로 전문적인 폰파라치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포상금 외에 경쟁사(상권) 판매를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많다는 게 유통가 주장이다. 잘 알려진 이통사 자체 `구매 채증`이 대표적이다.
이통사는 유통점 감시와 시장 모니터링 목적으로 구매 채증을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쟁사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암묵적 상하선인 30만원 이상으로 올려 고객을 모집하면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채증을 활용한다.
강변 테크노마크 관계자는 “1월에서 3월 사이 매달 10건 미만이던 상가 내 불법 채증 건수가 5월 들어 30건을 넘어섰다”며 “특히 특정 통신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경쟁사가 집중 타깃이 됐는데 이는 한 통신사가 의도적으로 채증을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통사가 내부 직원에게 할당을 주고 불법 적발 시 건당 200만~600만원씩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악의적 방식이 활용된다. 실제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조작하는 허위 채증도 빈번하다. 건물 내 판매점에서 구매 과정을 녹음한 파일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는 이통사가 불법이 적발된 판매점에 과징금을 감면(경감)해주는 대신 경쟁사 불법 행위를 적발해오라는 식의 채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목적의 채증이 이뤄진다.
서울 영등포의 한 판매점 대표는 “불법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포상금이나 기타 목적을 위해 악의적으로 불법을 유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통사는 월말이나 분기말이 되면 리베이트를 40만~50만원씩으로 올리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채증을 진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가는 적발 이유를 모르는 채 과징금 등 징계를 받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런 상황을 알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올해 5월 성명을 내고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채증, 허위 채증 등이 종사자 간 분쟁을 유발하고 국민과 유통망 사이의 불신을 조장한다”며 “과연 이게 정부가 말하는 건전한 이동통신 유통구조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휴대폰 판매 종사자의 신고제 등 폰파라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