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36>선발 주자가 걸어야 하는 길

선발 주자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 가장 먼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획득하는` 경제 주체를 말한다. 한국 경제를 위한 미래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발 주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가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을 향해 영감과 통찰력에 의존,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이는 과거로부터의 단절과 세상에 대한 시각의 근본 변화를 요구한다.

추격자 패러다임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서 선발 주자의 길이란 전략적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적 대전환에 성공한 경제 주체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고 존경도 받을 수 있지만 기존의 틀에 묶인 대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전략적 대전환을 이뤄 내려면 다음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추격자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 선발이라는 새로운 꿈, 즉 전략적 의도가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야 한다. 전략적 의도란 현재 자원과 역량으로는 이루기 어렵지만 미래에 반드시 이뤄 내고자 하는 뜻과 의지를 말한다. 자원과 역량의 한계를 딛고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 가장 먼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광적 집착을 해야 한다. 이 목적 의식은 기존의 전략, 혁신 프로세스, 관리 방법 등을 총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둘째 기회 추구 전략에 중점을 둬야 한다. `더 싸게, 더 성능 좋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라는 전략의 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시장을 찾아내 거기서 남보다 먼저 기회를 획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 틀에 의해 기존의 비즈니스를 해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혁신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주로 제조공장에서 강력한 집단 단결력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운영 혁신이나 선진 지식과 기술을 학습해 좀 더 개선된 제품을 개발해 내는 제품 혁신만으로는 선발 주자가 될 수 없다. 공장과 제품 단위 혁신으로부터 사업(비즈니스 모델) 단위 혁신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선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페이스북, 라인, 포켓몬 고 등에서 보듯 어느 순간 떠오르는 비즈니스 기회를 남보다 먼저 알아보고 전광석화 같은 사업화가 가능한 새로운 혁신 방법이 필요하다.

넷째 실패를 긍정 자산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과 문화가 없으면 어떤 전략과 혁신 프로세스도 실패하기 십상이다. 선발 주자를 위한 전략과 혁신은 다른 경영 방식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선발 주자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성공 확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선보여 성공할 확률도 1% 미만이라고 한다. 이처럼 선발 주자는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황을 본질로 한다. 99번의 실패로부터 1번의 빛나는 성공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선발 주자의 길이란 전략적 의도, 전략 틀, 혁신 프로세스, 경영 방식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국 기업은 선발이라는 전략적 의도에 집착해 끝까지 생존하면서 떠오르는 기회를 잡아 내려는 전략 틀과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개방적이고 실패를 활용할 줄 아는 경영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한편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선발 주자로 성공한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혁신 가치를 제공해 세계 고객이 인정하는 진정한 선발 주자가 된다고 해도 확보한 시장 지배력을 지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선발 주자가 위치하는 시장 환경은 성장률이 매우 높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불연속성으로 인해 후발 진입자에게도 선발 주자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위해 고단한 혁신의 길을 쉼 없이 걸어야 하는 것이 선발 주자의 숙명이자 한국 경제의 미래다. 하지만 이러한 숙명을 충실히 따르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성취와 기득권을 버리고 과감히 길을 나서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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