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현장 경험이 최고이자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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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과학자는 과학계 `노거수(老巨樹)`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지구 기후변화 정보를 얻듯, 과학자에게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된 지식은 과학기술 역사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과학 1세대라 일컬어지는 베이비 부머 은퇴가 하나, 둘 증가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동안 대한민국 과학기술 50년을 이끌어온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후손들은 이들 과거 업적을 잘 계승 발전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고경력 과학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식은 사장되는 형국이다. 흔히 고령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노년층과 마찬 가지로, 고령 과학자 내지는 은퇴 과학자 또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다. 더불어 은퇴후 자존감 하락과 같은 낮아지는 삶의 질 문제에 과학자 역시 직면하곤 한다.

2050년이면 55세가 청년 세대가 된다고 예측할 정도로, 고령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 각국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과학계는 은퇴 과학자와 같은 고급 인력이 연구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지식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많은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문은 좁아, 은퇴 과학자가 각기 다른 길을 찾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시장의 해외에도 눈을 돌려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극히 좁은 시장이다.

나는 ETRI에서 `연구인력 현장지원`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업에서 1년간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임금은 연구원에서 지급하고, 기업에서는 파견자 연봉 일정 부분을 파견 수당으로 지불하는 형태다. 기업은 대졸 초임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억대 연봉 고경력 과학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는 이 경험을 해본 것에 아주 만족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많은 연구 기관에 확대되고, 은퇴 과학자에게도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은퇴를 앞둔 고경력 과학자는 정년이 가까워 올수록 많은 부분을 후배에게 넘겨주고는 본인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선후배 양측 모두 답답함을 느끼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업현장에 직접 파견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본인도 삶의 활력소로 작용한다. 마지막 투혼을 연구개발에 매진할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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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이윤으로 창출해야 하는 기업 현장에 가보니 역시 숨소리는 가쁘고 거칠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연구원은 기술개발 이후 기술이전과 사업화 실상까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어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때에 따라 기업현장과 연구원의 적성이 잘 맞는다면, 은퇴 후의 진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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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 프로그램은 현재 은퇴 과학자를 위해 운영되는 정부 여러 프로그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령 은퇴 과학자가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 사업`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과학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에 경쟁이 꽤 치열하다. 또 대상 기관도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 위주로 되어 있어 그 혜택을 보는 은퇴 과학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내가 경험했던 프로그램을 확장해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 사업` 대상 기관을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이것을 한 기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각 출연연구원에 그 프로그램을 마련토록 장려하고, 은퇴한 사람 대상으로 인적 자원을 활용하게 만들면 어떨까 한다. 정부가 그 재원을 마련해 주는 것 또한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은 과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일부 비용조차 부담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재원을 프로그램을 통해 지급해 주면, 은퇴 과학자 진로도 기업 애로 사항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데 사용되는 신 지식도 옛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은퇴 과학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옛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 활용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경험만이 최선이다”라는 말처럼 은퇴 과학자 지식을 활용, 새로운 제품 개발하고, 기업을 돕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3】

정태형 ETRI 플렉시블정보소자연구실 책임연구원 thz@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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