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IPTV가 약진을 거듭하는 한편으로 케이블 SO업계는 가입자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IPTV 가입자가 올해 들어 1200만을 넘어서면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은 반분 구도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IPTV 가입자가 케이블 방송 가입자를 상회하는 날도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케이블 SO업계는 이제 생존 명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변곡점을 맞았다. CJ헬로비전과 SKT의 합병은 이런 의미에서 위기의 케이블 SO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나름대로의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이들 합병에 대해 지난주 금요일 전체회의를 개최한 공정위의 최종 결론이 어떤 내용으로 정리가 되든 상관없이 유료 방송업계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유료 방송업계는 이미 가입자 확보 경쟁, 동종 기업끼리의 경쟁이 상당히 심화돼 온 데다 최근 들어 지상파의 뉴미디어 업계 성장을 견제하는 심리까지 작동하는 등 전체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승인으로 나면 IPTV 동종업계 간 주도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거부되는 대로 SO는 케이블 생존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다. 두 플랫폼 간의 가입자 이동 또는 역전 현상은 가속될 것이다.
IPTV과 케이블SO, 두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충돌은 2009년 IPTV 사업이 처음 시작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필연의 순서다. MB(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방통 융합을 인위로 하는 과정에서 두 사업에 대한 정책상의 불공정성은 처음부터 내포돼 있었다. 케이블방송과 IPTV의 본질상 차이는 기술 서비스에 있다기보다 사업권역에 대한 정책과 모바일 사업 유무에 있다.
아무리 불공정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선발 주자로서 케이블 SO업계가 IPTV와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경쟁에 차이를 메우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과연 경주했는지는 다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이들 유료방송 플랫폼의 구도 변화를 바라보는 PP업계는 마음이 착잡하다. 우선 이들 플랫폼 간 구도가 PP업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없다. 승인이 날 경우 슈퍼갑 탄생으로 위상과 협상력이 오히려 저하될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반대로 승인이 나지 않으면 현재 수신료 산출 방식과 협상 구도에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PP업계가 원하는 것은 콘텐츠 대가 산출 방식의 정형화와 투명성이다. PP업계는 이들 플랫폼과 지난해 수신료 협상을 해를 거의 반년이나 넘긴 최근에야 겨우 마무리했다. 케이블SO와는 동결, IPTV업계와는 8% 인상, 위성업계와는 3% 인상 선에 각각 머물렀다.
해마다 바뀌는 콘텐츠 대가 산출 방식과 기준으로 주겠다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나온 결과다.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영업 수익률을 감안하면 케이블협회라는 우산 아래 아직도 몸을 빼지 못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PP업계의 위상이라도 반영하듯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의 유료방송 플랫폼 구도 변화가 어떤 결과로 진행되든 PP업계가 바라는 것은 방송 콘텐츠에 대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대가 산출 방식의 정립과 이를 통한 유료방송 플랫폼 및 콘텐츠 공급업계 간의 상생 구도다.
하동근 케이블TV협회 PP협의회장 hadong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