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패키지SW기업, 시장 구조적 문제와 해외 진출 실패로 매출 확대 한계

소프트웨어(SW) 분야 1000억원 클럽 가운데 패키지 SW 기업은 여전히 극소수다. 시스템통합(SI)·부가통신·계열사 사업 주력이거나 외산 업체를 제외하면 3개에 불과하다. 국내 상용SW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외 진출 실패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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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사 결과 패키지 SW 기업 가운데 SAP코리아가 3171억원으로 가장 높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인터넷 등 조사 대상 전체에서 23위다.

외산을 제외하고는 이니텍, 인포섹, 더존비즈온, 현대엠엔소프트, 팅크웨어, 앰엔서비스, 안랩, MDS테크놀로지가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계열사, 지불결제(PG), 단말기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를 제외하면 더존비즈온, 안랩, MDS테크놀로지스 3개사뿐이다. SCG솔루션즈, 티맥스소프트, 시큐아이, 한글과컴퓨터가 500억원 클럽에 가입해 뒤를 이었다.

1000억 클럽에 국산 패키지 SW 기업이 적은 이유는 제품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산 SW는 다소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일부 외산 제품은 해외 지역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3배 이상 비싸다. 유지보수 요율도 큰 차이가 있다. 외산 제품은 22%인 반면에 국산은 8~10%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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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연 한국상용소프트웨어협회장은 “국산 상용SW 업체의 매출이 확대되기 위해 적정한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고는 매출 500억원을 넘기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SAP코리아가 국내에서 3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도 제 값을 받기 때문이다. 유한회사여서 매출을 공개하지 않은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최소 5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국산 상용SW 업체 가운데 더존비즈온이 가장 높은 157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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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 로고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 국내 시장은 상용SW를 판매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에 규모가 작다. 해외 매출이 더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국내 바이러스백신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는 안랩의 매출이 정체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는 해외 매출이 증가했다.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도 해결 과제다. 매출 확대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적용, 고도화 한 SW를 수행업체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받아 다른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 조풍연 회장은 “정부는 지식재산권 인정을 유도하지만 현장에서는 안보, 보안 등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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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통계 조사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1000억 클럽 가입 기업 대부분이 IT서비스, 인터넷게임 업체다. 물류 사업 매출이 30%인 삼성SDS의 매출 전체가 SW산업 매출에 포함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네이버, SK플래닛 등도 마찬가지다. 상당수가 그룹계열사 매출이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표현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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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장은 “패키지 SW 등 전문 기업만으로 통계를 내는 것이 맞지만 국내 SW시장 자체가 성숙되지 못해 SW 광의 범위인 IT서비스 등을 포함시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